[정유사 횡재세도 도마위]③유럽·美, 횡재세 도입…에너지 위기 고통 분담에 방점

전쟁과 경제 블럭화 등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유럽 등 선진국서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줄줄이 도입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전쟁과 경제 블록화는 '난방비 고지서'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을 헤집어 놓고 있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들며 '횡재세' 도입을 통해 고통을 분담해야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횡재세는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리아나 전쟁과 경제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됐다. 에너지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버는 사이 몇배가 뛴 에너지 가격에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횡재세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과 기업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 보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2018년 이후 20% 이상 이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20% 초과분 이익에 최소 33% 세율로 적용하는 횡재세를 한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U의 횡재세는 올해와 내년에 발생한 이익에 부과된다. 유럽은 이같은 조치로 모두1400억 유로(약 195조 원)를 걷어 전기료·난방비 급등에 시달리는 가계,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EU의 결정과는 별도로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입법을 통해 횡재세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영국은 가장 높은 '횡재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다. 영국은 전력기업에 45%의 횡재세를 부과하고 석유와 가스 기업의 법인세율을 내년 1월부터 25%에서 35%로 인상하기로 했다. 적용시기는 올해 1월 1일부터 2028년 3월까지다. 2023/24 회계연도에 총 140억 파운드(약 22조3403억원), 향후 6년 동안 400억 파운드(약 63조820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7월까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하기로 했다. 독일도 2018~21년 평균 이상의 이익을 냈거나 내년 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석탄·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33% 세율의 횡재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의 순이익은 4조 달러(약 5078조원)로 전년 대비 약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기업 경영활동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도 횡재세 도입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석유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도입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는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초과이윤 발생이 확인된 업종에 국한해 적용한다. 초과이윤을 일부 환수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누린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횡재세를 두고 "초과이윤이 발생한 업종에 국한되는 한시적 제도"라며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정유사나 민간발전업체, 금융회사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제를 포괄하는 보다 큰 외연인 시민사회의 정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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