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도소와 '헤어질 결심'하려면

"교도소에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행이 반복되는 원인'을 묻는 재판장에게 20대 여성 피고인 한모씨가 한 말이다. 상습특수상해죄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그의 항소심 재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그에게는 동종 전과가 많다. 소년범때 저지른 집단·흉기상해죄로 2014년 징역 3년에 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과 2021년엔 특수상해죄로 징역 3년, 징역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번엔 출소 19일 만인 지난해 8월 문구점에서 산 흉기를 서울역 광장에서 휘둘러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게 더 편해서, 안에 들어오려고 그랬다는 겁니까?" 재판장이 되물었다. 한씨는 어려서부터 학대에 시달렸다. 가족은 해체됐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인들과 어울리면서, 각종 범죄에 노출됐다. 정신질환들도 뒤따랐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한씨는 답했다.

법정에서 대다수 피고인은 무죄 또는 선처를 호소한다. 기본권인 신체적 자유를 제한받는 징역형은 절대적인 기피 대상이다. 그럼에도 2017년 출소자의 3년 내 재복역률은 전체 출소자의 24.6%에 달했다. 엄정한 형사처벌과 함께 '회복적·치료적 사법'이 강조되는 이유다.

관련 법적제도와 인프라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의지가 있는 일부 재판장이 과중한 업무부담 속에서 이를 실현하려고 노력해 왔다. 정신감정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뒤 치료명령과 보호관찰을 부가한 집행유예 판결을 하거나, 치료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씨 사건의 재판장도 변론절차를 마무리하는 대신 "기초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감정 신청을 요청했다.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란 희망을 본다.

사회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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