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재정지원 확대요구, 버티는 기재부

與野에 서울시까지 "재정지원" 목소리
국힘 일부서도 "추경·서울시 지원 필요"
재정 건전 이유로 반대한 한덕수·추경호
총선 다가올수록 對기재부 압박 커질 듯

[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김영원 기자] 정부가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재정을 더 투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추가경정예산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기재부를 향한 압력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당정은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이에 따른 재원마련 방법을 고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 경감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정부는 현재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예비비 1000억원과 기존 예산 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野 "횡재세, 30조 추경" vs 정부 "취약층 우선지원, 포퓰리즘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난방비 관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정부가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난방비 폭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얻은 정유사에 횡재세를 걷어 7조200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전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도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유사들이 노력이 아닌 가격상승에 따라 이익을 봤으니 횡재세를 검토할 의향이 없느냐”고 질의했다. 민주당은 30조원 규모의 추경도 제안한 상태다.

서울시에서는 기재부가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손실분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교통공사가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쓴 비용은 2831억원이다. 수송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교통공사는 적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가 무임승차 국비 보전 관련 생각을 바꾸면 대중교통 인상폭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횡재세 및 난방비 지원 확대, 공공요금 보전, 추경예산 집행 등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횡재세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난방비 지원은 취약계층이 우선이며 전 국민 지원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논리다. 추경의 경우 국가재정건전성에도 해롭고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일 오후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일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국회에서 추경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현재로서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 총리는 “예산을 통과시키고 집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됐다”며 “정부는 국회에서 통과해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도 “지금은 전혀 추경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서울시의 지하철 무임승차 보전에 대해서는 추 부총리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추 부총리는 “지자체에서 자체 시설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있으니 나라가 지원해달라'는 논리구조”라면서 “재정자립도가 80% 넘는, 전국에서 최고 우수한 지자체의 재정이 어렵다고 한다면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전남, 경북 등은 재정지원 소요를 어디서 충당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의 지자체 사무이므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당·정 묘하게 다른 기류 "추경·무임승차 지원 가능성"

문제는 기재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 회의를 끝내고 “무임승차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겠다”며 “지자체가 1년에 수천억원의 적자를 부담하면서 계속 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인식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미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29일 가구당 10만원 상당의 난방비 지원을 위해 추경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추가 세수가 최근 5년간 평균 15조원 정도 들어오는데 약 6조4000억원 정도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가상승을 우려하는데 바우처 제도 등 즉각 차감 방식으로 하면 인플레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다 여름철 전기료 문제까지 겹치면 기재부도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장 지난달 난방비 요금 청구서가 가계에 날아들면 지원규모를 확대하라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출마를 저울질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정지원에 나서라는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은 추경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에 대한 스터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가스 구입비를 정부 재원으로 지원하기 위해 검토 후 추경이 필요해질 수도 있겠다. 재정당국이 반대하니 검토를 해달라고 대정부질문에서도 말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경준 의원도 “노인 요금 무료는 전반적인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보전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노인을 무료로 해주면 손실 보전으로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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