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A씨는 2019년 7월 지방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골프용품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골프장에서 쓰는 거리측정기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중고로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연락이 닿은 B씨에게 물건값을 보내면 해당 제품을 발송하겠다고 말했다. B씨는 두 차례로 나눠 A씨 계좌에 각각 30만원과 22만5000원을 입금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재판부가 파악한 A씨의 물품판매 사기로 피해를 본 이들은 모두 13명이다. A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이들로부터 17회에 걸쳐 5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갈취했다.
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같은 제품을 판매한다고 게시물을 올린 C씨를 이용해 이중사기도 벌였다. C씨에게 2명의 연락처를 알려준 뒤 이들에게 용품 3개를 발송하면 개당 31만원씩 총 93만원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A씨는 이미 이들 2명으로부터 골프용품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각각 50만원씩 돈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입금액을 모두 소진하고 자금사정도 좋지 않아 C씨가 이들에게 물건을 보내더라도 93만원을 지급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A씨가 동일한 수법으로 여러 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해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변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B씨에게 편취한 20만원과 C씨에게 지급해야 할 93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각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이 비교적 많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골프용품을 미끼로 사기를 벌이는 비슷한 피해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인터넷사이트 중고 드라이버를 판매한다고 글을 올린 D씨가 피해자들로부터 총 68회에 걸쳐 1847만1200원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D씨의 죄질이 불량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사회봉사,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같은 해에는 중고 골프용품 거래 사이트에 골프채를 판매한다고 게시물을 올린 뒤 고 총 46회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2252만원을 가로챈 사기도 있었다. 피의자는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이 사건으로 징역 2년형에 처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2014년 202억1500만원에서 2021년 3606억100만원으로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물품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에 사기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지급정지가 쉽지 않아 피해가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온라인 중고거래 시 시세보다 저렴한 물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이력이 없는 게시글의 경우 사기일 확률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