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오늘의 만보 코스는 서울 5대 궁궐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덕수궁을 시작으로 경희궁, 경복궁,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까지 걸으면서 중간중간 흥미 있는 궁궐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도록 짜인 길이다. 특히 24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궁궐 무료입장이 가능해 노년층은 물론 젊은 층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처음은 덕수궁이다. 대한제국 시기 황제의 거처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일제강점기 때 궁역이 대폭 축소되며 빌딩 숲속에 둘러싸인 도심 속 궁궐이 됐다. 현재 과거의 궁역을 회복하는 한편 역사를 되살리기 위한 각종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개화기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풍경이 자리 잡은 정동길을 지나면 경희궁에 도착한다. 경복궁 중건 때부터 시작해 약 90%가 헐리며 궁역이 대폭 축소된 탓인지 다른 궁궐들과는 달리 입장료가 없어 맘 편히 궁궐의 정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바로 옆의 서울역사박물관도 함께 볼 만 하다.
경희궁을 나와 광화문광장을 거쳐 북쪽으로 올라오면 조선 왕조의 정궁 경복궁에 다다른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탄 후 19세기 대규모 중건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많아 일순간 조선 시대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안기기도 한다.
경복궁에서 동쪽으로 송현녹지광장과 북촌을 거쳐 다음 목적지인 창덕궁으로 향한다. 창덕궁은 조선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궁궐이다.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불탔지만 바로 재건돼 당시의 모습을 지금껏 지켜오고 있고, 2004년에야 개방된 후원까지 더해 옛날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지막 창경궁으로 가는 길은 최근 복원된 '궁궐담장길'이다. 창덕궁·창경궁과 종묘는 서로 담장을 마주하고 이어져 있었지만 일제가 도로를 내며 단절됐다. 이를 다시 녹지 축으로 복원해 지난해 7월 개방한 뜻깊은 길이다. 창경궁 역시 일제가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원 등 유원지 시설로 만들어 훼손했지만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어엿한 궁궐의 모습을 다시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