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영철기자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최근 백경현 구리시장이 제보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두 번 놀랐다. 한번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구리시에서도 수백억 원을 챙겼다"는 주장에 놀랐고, 또 한번은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자신 있게 범죄를 단정 짓고 있다는 데 놀랐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백 시장은 "대장동 기획팀이 구리 도시공사에 잠입, 부동산 대행업체를 설립해 400억 원을 횡령했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자들을 고발해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을 불렀다. 백 시장은 또, "한 번 하면 수천억 원씩 해 먹는 이들이 구리시에서 400억 원의 수익을 내고 감사 중 퇴직 처리돼 현재 하남 도시공사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백 시장은 '400억 원을 횡령했다'는 본인의 주장과 관련해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경영난에 직원 한명이 이직한 사실 외엔 해당 건으로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백 시장의 제보 내용이 허위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당사자들은 "괴소문"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 시장의 제보 내용이 허위로 판명이 나면, 자신이 이끄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명예를 스스로 훼손한 만큼 법적 책임은 당연히 지는 것이지만, 정치적·도의적 책임도 따른다. 사실 여부 확인도 하지 않고 언론에 밝혔다면 깜냥이 안 된다. 시의회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앞뒤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시민들은 "시장이 굳이 언론에 밝힌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백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지역의 대형 개발사업들의 인허가 등 행정절차 장기 지연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구리시가 언론의 연이은 지적과 비판에 '사실과 다르다'며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놓고 정작 시정을 책임진 백 시장은 나타나지 않아 논란만 더 키웠다.
또 '임기제 부시장을 채용하겠다'며 경기도의 부시장 인사를 거부해 7개월째 부시장이 없는 '행정 공백'을 낳고 있다. '전문성 있는 새로운 인재 찾기'라고 해명하지만, 일부 자리엔 퇴직 공무원을 다시 앉혔다. 심지어는 '감사'와 '수사 의뢰', '고소·고발' 운운하며 직원 스스로 물러나게 한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실제로 인수위 때부터 감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조직은 경직됐고, 퇴직 바람도 거셌다. 그래서 시 안팎에선 '무리한 자기 사람 심기'라며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특별교부세(국비) 112억 원을 신청했다가 8억 원만 확보해 재정자립도 24.7%의 구리시 역점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예고했다. 백 시장은 민선 8기 취임사에서 "소통의 부재와 시행착오를 겪은 시정 사례를 보면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전임 시정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 삶에 크게 영향 미치는 시정을 이렇게 펼치는 것은 곤란하다. 수십년간 공무원을 지냈고, 2년의 시장직 경험도 있는 백 시장은 적어도 행정의 기본을 공부하고, 행정 원리를 몸에 익힌 사람이 아닌가? 지금 구리시정을 보면 조직이 잘 작동하는지, 기본 과정을 거치는지 의문이다.
잘못된 소신을 가진 사람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매우 위험하다. 시정을 책임진 사람이 엉터리로, 제멋대로 한다면 반드시 사후에라도 평가해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재앙도 되풀이하지 않는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