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잘 걷고 푹 자야 치매에서 멀어져'

성기홍 바이탈식스랩 대표, 걸음속도로 치매 예측
경도인지장애 증상 포착해 이상여부 검사
걷기로 활성화된 뇌, 잠자는 동안 노폐물 제거

성기홍 바이탈식스랩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걷기 운동과 뇌 건강,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비만이나 당뇨, 통풍, 뇌졸중 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걷기 운동의 효과는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많이 걸을수록 우리 뇌의 해마 부위 부피가 늘고 전두엽 피질이 커져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제 성기홍 바이탈식스랩 대표(사진)가 집중하는 분야는 걷기 운동이 뇌 건강과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걷는 속도, 발의 각도, 균형감, 걷는 보폭 등을 보면 개인의 건강 상태, 운동제어 능력, 근력 및 인지 상태 등을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 아니다. 잠복기를 거치듯, 처음엔 가벼운 인지장애 증상을 보이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경도인지장애를 발병 단계부터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성 대표는 평소 걸음걸이를 체크하다 어느 순간 걸음 속도가 떨어지는 시점을 포착해 그때부터 운동을 하거나 약을 먹으면 치매를 10~15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대학병원 신경과에서도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를 판단할 때 환자에게 진료실 복도를 걸어보도록 하면서 걷는 속도나 발걸음의 이상 여부를 관찰하고 있다. 성 대표는 "나이가 들어 신체 노화가 오거나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걸음걸이 속도가 늦어진다"며 "건강한 사람이 1초당 평균 1.2~1.4m를 걷지만,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0.6~0.8m 속도로밖에 걷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치매의 원인에 따라 걸음걸이의 변화도 다르게 나타난다. 퇴행성 뇌 질환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경우 상당수 환자가 균형 잡기를 어려워하며 걸음은 비교적 잘 걷지만 걷는 속도가 매우 느린 특징이 있다.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경우 글씨 쓰기와 같은 세심한 손동작이 버거워지고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탓에 보폭이 좁고 종종걸음으로 걷게 된다.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의 경우 마비 증상이 없는데도 첫 발걸음을 떼기 어려워하고 다리를 질질 끄는 경우가 많다.

성 대표는 "다른 신체적 질환이 없는데도 없이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치매가 시작됐음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신속하게 인지능력 검사를 실시해 치매 여부를 확인하고,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게 되면 약물과 운동을 통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불필요한 물질들은 잠 자는 동안 혈액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이런 노폐물이 그대로 뇌 속에 축적돼 치매를 부르게 된다. 치매 환자의 상당수가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불면증이 계속되면 치매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이유다. 성 대표는 "낮에 깨어 있는 동안 몸을 움직여 활동해야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잘 걷고, 걸은 후에는 푹 자야(수면의 질을 높여야) 우리 뇌와 몸,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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