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도 이제 '오픈런'…대기 길어지고 의사도 없다

소아과 의사 안 할래요…지원율 뚝
아이 치료 어디서 받나요…발 동동
"의료 손실 막고 비급여 수가 높여야"

<i>"한 번 가면 3시간은 기다려야 해요"</i>

3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A 씨는 추운 날씨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는데 동네에 소아 병원이 몇 개 없을뿐더러 유명한 병원은 기본 3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아이가 코를 훌쩍거릴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며 "아플 때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했다.

뚝뚝 떨어지는 소아과 지원율

동네병원과 소아청소년 관련 전공의가 크게 줄면서 소아과 부족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소아·청소년에 지원하는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 동네의원과 종합병원에서 아이들 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소아과 의료기관의 적자를 보상해 주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하락세다. 2017년 지원율은 212명 모집에 240명이 모집해 113.2%였고 2018년 역시 101.0%로 정원대비 지원자가 많았다. 그러나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7.3% ▲2022년 27.5% ▲2023년 15.9%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소아청소년과는 전체 26개 전공 중 가장 많이 급감한 전공이 됐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출처 = 보건복지부, 대한병원협회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16명 모집에 14명, 서울아산병원 8명 모집에 4명, 삼성서울병원 8명 모집에 3명 지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14명 모집에 3명 지원으로 모집 인원과 비교해 지원 인원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가천대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당분간 중단했으며 강남세브란스와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은 야간진료와 소아 환자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한 상태다.

소아암 등 중증질환을 진료하는 의사가 없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소아암 진료 의사는 전국 68명에 불과해 치료받으려면 수도권으로 원정 치료를 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다. 동네 병원 역시 사라지고 있는데 2017년 2229개였던 소아·청소년 의원은 지난해 2111개로 감소했다.

저출산·비급여·위험부담으로 기피…"국가가 보상하겠다"

소아과 인력이 급감한 이유는 '수익 악화'다. 다른 진료 과목과 비교해 비급여 항목이 적어 고정된 수가로 운영이 되는데, 저출산으로 아이마저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종일 아이를 치료하는 것보다 쌍꺼풀 수술 2명 하는 것보다 못 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계속된 적자로 병원은 의사를 뽑을 여력이 없다. 또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보장받지 못하는 '전문성'이 위험부담으로 작용해 소아과 기피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소아과 의료기관의 적자를 보상해 주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료 손실을 보상하고 일괄적 사후 보상으로 개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필수인력과 전문 병동, 장비 등을 갖추게 되며 소아 전문 치료센터를 만들게 된다.

국가 보상 외에 의료수가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가를 높여 소아과 의사와 병원이 받는 금액을 높이고 고난도·고위험 수술에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병원 자체에서 필수과목 인력 기준도 필요하다. 현재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은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에 전속 전문의를 두고, 입원환자에 비례한 의사 정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1차 의원에서 치료가 안 돼 상급종합병원에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는 만큼 전문의 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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