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고금리 시대 집값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를 맞았다. 팔려는 사람은 수두룩한데 사려는 사람이 적어 거래가 뚝 끊겼지만 그럼에도 새해 벽두부터 계약서를 쓰는 이들이 있다. 올해 첫 아파트 매매계약을 분석해보니 집값이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한편 직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기조가 뚜렷이 드러났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전국에서는 아파트 매매 계약 총 64건이 체결됐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라 아직 등록되지 않은 거래가 있을 수 있다.
◆집값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매매가 2억원 이상 주요 계약을 분석한 결과 가격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2021년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들은 2020년 가격으로 회귀해 거래되고 있었다.
가장 높은 가격에 손바뀜된 아파트는 경기도 용인 기흥구 사항동 지석마을그대가크레던스(554가구) 84㎡로 5억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2021년 7월 최고가인 6억1900만원에 매매된 바 있다. 당시는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2008년 6월 이후 1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던 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현재 2020년 12월 가격으로 떨어졌다.
거래 금액이 두 번째로 높은 아파트는 경기도 고양 덕양구 화정동 별빛마을 건영 10단지(1080가구) 84㎡다. 4억75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역시 2021년 7월 8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2020년 6월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화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살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심각하다보니 호가를 상당히 낮춘 급급매만 그나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거래 비중 45%…"하락기 틈타 증여성 매매 많아"=새해 첫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는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전체 64건 중 45%인 29건이 직거래였다. 직거래는 중개거래와 달리 중개인을 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상 배우자나 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많다. 증여성 거래이기 때문에 통상 시세보다 저렴한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린 수원 영통구 망포동 영통아이파크캐슬2단지(1162가구) 59㎡도 직거래로 계약서를 썼다. 거래 금액은 3억9200만원인데 현재 최저 호가 5억7000만원과 1억7800만원 차이가 난다. 실거래가가 호가에 비해 크게 낮은 만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매매로 인정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요즘처럼 가격 하락폭이 큰 시점에서는 절세를 목적으로 이 같은 증여성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국토부는 최근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자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