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제2의 '빌라왕 전세사기' 막으려면…

공인중개사 역할·책임 강화
임대인 체납 확인 계약 때부터
불법 빌라 단속해 피해도 사전에 막아야

전세사기는 금전을 편취하는 여러 유형의 사기 중에서도 악질적이다. 한 가족이 일군 전 재산을 빼앗고, 생활 터전을 짓밟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할 심적 고통이 크고 피해자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서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희망을 꺾고, 사회에 대한 불신마저 조장한다.

‘빌라왕 전세사기’는 ‘갭 투기’ 수법을 활용해 애초부터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편취할 목적으로 돌려막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좋은 대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시장이 나빠지면 폭탄이 일찍 터진다.

사기꾼들에게 욕을 퍼붓고, 괘씸죄를 더해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사기꾼들을 잡고 재산을 환수해 피해 보상을 하는 것과 별개로 전세사기와 관련해서는 이참에 확실하고도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히 공급자 우위 시장이 다시 오면 같은 유형의 전세사기는 반복될 것이다.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임차 거래에는 적지 않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금융상품 가입 때처럼 중개사들이 임차인에게 만일에 있을지 모를 위험요인을 고지하고, 체크리스트에 기재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임대차 거래 절차는 너무 허술하다. 규정도 모호해 분쟁을 대부분 쌍방합의로 해결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발생한 전세 사기 유형 중에는 지역 내 중개사 담합에 의한 시세 조작도 있었다. 유자격자의 사기 가담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계약 때 등기부등본과 함께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증빙서류 첨부를 의무화해야 한다. 법 개정으로 올 4월부터는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국세 체납 여부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계약 이후에나 그게 가능해 분쟁의 여지가 있다.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때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분쟁도 방지하고 미리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제도를 보완하려거든 정교해야 한다.

한두 명의 명의나 사업자에 의한 전세 사기가 가능했던 건 이들의 임대 주택이 몇 채이건 간에 무한대로 세입자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임대사업자가 아닌 경우 보증보험 가입 제한을 둬야 한다.

빌라 신축 때 일부 층을 근린상가로 허가받아 빌라와 똑같이 지어 할인 분양하거나 전세를 놓는 행위도 불가능하도록 단속해야 한다. 서울시내 역세권에는 이런 불법 빌라들이 정말 많고, 잘못되는 경우 세입자들의 피해도 크다.

시세 확인이 어려운 빌라 등 주택에 대한 빅데이터 제공도 필요하다. 신축 빌라는 발코니 확장 면적 때문에 등기부등본 면적과 실제 면적 차이가 커 가격 가늠이 더욱 어렵다.

서울시 전체에서 1월 한 달간 경매 진행 중인 빌라는 640건이다. 이 중 25%인 159건이 강서구 화곡동에 있다. 전세사기범들이 판을 친 동네에선 비슷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다. 제대로 바로 잡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불행한 피해자들이 어김없이 양산될 것이다.

김민진 정치사회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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