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지상파 시상식, 씁쓸한 그들만의 종무식

재미·긴장감 실종된 연말축제
종무식 전락한 방송3사 시상식

배우 주상욱·이승기, 이종석, 김남길이 방송 3사 대상을 받았다.

한국방송 KBS는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22년 연기대상 수상자로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이끈 주상욱과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를 공동 선정했다. 최근 시상식 경향을 비춰볼 때 이례적 시상이다.

(왼쪽부터)주상욱 이승기 이종석 김남길. 사진=연합뉴스, KBS, 길스토리이엔티

주상욱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방영된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6개월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딱히 새로울 것 없는 공동수상이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흥행 가뭄에 시달려온 KBS의 '챙겨주기식' 공동수상은 시상식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평이 나온다.

이승기의 대상 수상도 도마에 올랐다. 멜로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만큼 화제성은 높았으나, 대상을 수여할 만큼 작품성 등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분쟁 중인 이승기의 단독 인터뷰로 수상 소감을 채우려는 KBS의 속셈이 상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삭발에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한 이승기는 수상 소감에서 후크엔터테인먼트와 분쟁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축제에 와서 마냥 웃거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며 "오늘 자리한 후배들을 위해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오늘 또 다짐했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2 연기대상에서 '빅마우스' 주인공 이종석에게 대상을 줬다. 2016년 드라마 '더블유'로 대상을 차지한 후 6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이다. 이종석의 수상이 관측돼 왔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 없는 시상이었으나, 수상 소감에 관심이 쏠렸다. 이종석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은 고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종석은 "제가 그분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다"며 "존경한다"고 말해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음날 상대가 가수 아이유(이지은)라는 게 밝혀졌고, 양측은 교제 중이라고 인정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2022 SBS 연기대상은 배우 김남길에게 돌아갔다. 김남길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형사 송하영이 프로파일러가 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는 평을 얻었다.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화제성 보다 작품성에 기댄 시상이다.

김남길은 "우리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써주시는 경찰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파일러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공을 돌렸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 시상식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원인은 드라마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케이블채널 등에서 양질의 드라마가 제작돼 인기를 얻으면서 이에 밀리는 모양새다. 과대 간접광고(PPL)가 개연성을 떨어트리거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는 로맨스가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반복되면서 아예 등을 돌린 시청자가 많다.

사진=SBS '연예대상' 화면캡처

공정성도 사라진지 오래다. 2019년 SBS 연예대상에서 소신 발언으로 박수를 받은 김구라의 외침이 소환되고 있다.

<i>"이제는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얼마 전에 KBS (연예대상) 같은 경우에도 시청률 잘 안 나왔거든요. 국민 프로그램들이,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보니까 돌려먹기식으로 상을 받고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때는 더 이상 쓰잘데기 없는 저 이런 사람들 빼고 양강으로 해서 백종원, 유재석, 그리고 (신)동엽이 정도만 넣어 주자고요. 그래서 셋 정도 해서 그렇게 가는 게 긴장감 있는 거지. 뭐, 나하고 서장훈이하고 왜 앉아 있냐고. 종국이도 사실 그렇잖아. 종국이도 방송한 지 20년 된 앤데, 너스레떨고 앉았고 정말. 쟤도 40대 중반이야."(김구라)</i>

이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비판에서 한 발도 달라지지 않은 방송 3사가 아쉬울 뿐이다.

최근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시청률을 살펴보면 20%대를 넘는 작품이 많지 않다. 10%를 넘기도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드라마는 메인 시간대 편성에도 2~3% 시청률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시청률 뿐 아니라 화제성도 역부족이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재벌집 막내아들' 등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은 작품 대다수는 OTT와 종편·케이블 드라마였다.

연말 대미를 장식하던 축제가 어쩌다 방송사 종무식으로 전락했을까. 방송 3사는 각성이 필요해보인다. 늘어나는 플랫폼만 탓할 게 아니라, 왜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이 이탈하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시상식을 눈앞의 돈벌이로만 이용하다간 언젠가 특선영화가 그 자리를 대체할 지도 모르겠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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