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맡겨도 5% 이자? 파킹통장 경쟁 오래 못가는 이유

저축銀·인뱅 금리,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
자금 운용 불리·수익성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대출금리 인상에 소비자 부담↑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잠깐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통장, 이른바 파킹통장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유동성이 예금으로 쏠리자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저마다 고객 유치, 단기 자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수신금리(예금금리) 상향 조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자금 운용에도 용이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연 5% 금리의 파킹통장인 ‘OK읏백만통장Ⅱ’를 지난 26일 출시했다. 기본금리 4.5%에 오픈뱅킹 등록 시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추가 적용해 500만원까지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한다. 기존 파킹통장인 ‘OK세컨드통장’ 금리도 최고 연 4%(5000만원까지)로 상향 조정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쪼개기’와 대신저축은행의 ‘더드리고입출금통장’은 각각 4%, 3.9%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파킹통장 원조격인 토스뱅크의 ‘토스뱅크통장’은 이달부터 500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 연 4% 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케이뱅크도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3%로 인상했다.

파킹통장은 주차(parking)와 통장을 합친 말로 잠시 주차하듯 언제든지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예치해야 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예치기간, 입출금 횟수 등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노리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이유로 통상 파킹통장 금리는 연 0.1~1.0% 안팎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데, 현재는 파킹통장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대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금리 경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거란 분석이 많다. 우선 파킹통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안정적인 운용에 불리한 탓이 크다. 정기예금과 달리 파킹통장은 50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대출 등 여신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이 빨리 들어왔다가 빨리 빠지면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수신 변동성이 커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수익성도 떨어진다. 대출금리 인상 한도가 법정최고금리 20%로 제한돼 있어 수신금리를 올릴수록 예대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상품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겨 대출 이용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신금리 인상이 고객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재테크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좋을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대출금리에 반영돼 결국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금융사 대출금리는 상승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산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SBI·웰컴·OK·페퍼·한국투자)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6.55%로 전월 대비 1.12%포인트 올랐다. 파킹통장에 적극적인 토스뱅크도 가계대출금리가 올해 8월 직후 7%를 넘어섰고 11월 기준 8.61%로 뛰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역시 11월 기준 평균 금리가 각각 6.6%, 5.52%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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