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日도 '키덜트' 천국…팬데믹 후 장난감에 빠졌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자신을 위해 장난감을 사는 '키덜트족(族)'이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의 장난감 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집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을 사들였던 성인들이 '위드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히 장난감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전체 장난감 구매 연령대 중 12세 이상의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연간 총 90억달러(약 11조5000억원) 수준이다. 18세 이상으로 봐도 비중이 14%(57억달러)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NPD는 이러한 키덜트 수요가 업계를 이끄는 가장 큰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일본 장난감협회를 인용해 올해 일본 내 장난감 판매액이 전년대비 9%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 규모가 2014년 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확대됐고,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성인을 뜻하는 어덜트(adult)라는 단어를 합쳐 만든 용어다.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는 성인들이 당시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하기 위해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수집하거나 즐기는 현상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지금은 자신을 위해 장난감을 구매하는 성인까지도 통틀어 키덜트라고 부른다.

스타워즈, 포켓몬,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을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는 장난감 업체 재즈웨어스의 제레미 파다워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CNBC에 미국에서 1970~1980년대에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장난감이 대유행하면서 이 시기에 팬덤을 경험한 세대가 현재 30~40대에 접어들었고 이 사람들이 키덜트의 시작이 됐다고 전했다. 1977년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 각종 제품이 쏟아져나왔고 이를 즐겼던 세대가 지금도 이와 관련한 장난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서서히 늘어나던 키덜트가 급증한 계기가 있다. 바로 팬데믹이다. 마에다 미치히로 일본 장난감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취미나 오락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 장난감의 매력을 재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덜트의 대표적인 장난감으로 꼽히는 레고의 제네비에브 크루즈 선임이사는 "팬데믹이 분명 이러한 트렌드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서 "다만 이러한 트렌드가 (앞으로 지속돼) 팬데믹을 넘어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장난감 업체들은 키덜트를 위한 제품을 내놓고 이들을 위한 채널을 별도로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레고는 2020년 이후 성인을 위한 제품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주 탐사 시리즈나 고급 자동차를 포함한 100개 가까운 성인용 제품이 있다. 프렌즈나 아바타, 해리포터, 스타워즈와 같은 성인들이 즐겨봤던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의 모습을 만들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테디베어를 중심으로 하는 완구업체 빌드어베어도 지난해 성인을 위한 홈페이지 '베어케이브'를 열고 다양한 수집용 테디베어를 판매하고 있다. 사무실 컨셉으로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직장인 테디베어나 보석업체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테디베어의 눈을 크리스탈로 표현한 제품도 판매 중이다.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유명 영화와 협력해 만든 제품도 있다.

빌드어베어의 '베어케이브'(사진출처=베어케이브 홈페이지 캡쳐)

빌드어베어의 새런 프라이스 존 최고경영자(CEO)는 "5년 전부터 성인들이 자신을 위해 테디베어를 사는 것을 확인했고 이에 대응해 성인을 위한 온라인 사업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빌드어베어의 전체 매출 가운데 성인과 청소년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올해 40% 수준으로 2012년(20%)의 2배로 증가했다.

마블 피규어, 모노폴리 등 완구 제품으로 유명한 미국 업체 해즈브로의 에릭 니먼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 장난감과 게임을 좋아하는 성인들에게 매우 좋은 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내년 3월에 영화 '던전앤드래곤'과 관련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6월 개봉할 영화 '트랜스포머 : 비스트의 서막'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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