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英총리 '중국과 황금시대 끝나…실용적 대응 필요'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런던 금융특구인 시티오브런던 시장의 퇴임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소위 중국과의 '황금시대(golden era)'가 끝났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황금시대는 친중 정책을 추구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재임 시절을 뜻한다. 하지만 캐머런 사임 이후 영국과 중국의 관계는 계속 악화했고 최근에는 대중 강경 노선을 천명한 총리들이 잇달아 집권했다. 수낵 총리 역시 그동안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외신은 수낵 총리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영국의 '위협(threat)'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임 리즈 트러스 총리와 비교한 것이다. 트러스 전 총리는 외교 정책을 재검토해 중국을 영국의 위협으로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외신은 수낵 총리가 중국에 대한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며 위협이라는 표현 대신 '체계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수낵 총리는 "서방과의 교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ㆍ사회 개혁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은 순진한 생각이었다"며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으며 지난 27일에는 상하이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BBC 기자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타를 당한 뒤 몇 시간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수낵 총리는 "중국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선택을 하면서 BBC 기자 폭행이 발생했다"며 "중국은 영국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 도전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의 권위주의가 심화될수록 영국의 어려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낵 총리는 세계 경제 안정과 기후변화와 같은 현안과 관련해 중국이 갖는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냉전 등의 용어를 쓰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에 좀더 실용적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낵 총리는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는 실용적으로 경쟁국들에 맞서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수낵 총리는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하되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수낵 총리는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재무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존슨 총리에게 EU 적대시하고 중국에 적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낵의 이같은 견해는 보수당 내 대중 강경파 의원들과 충돌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데일리 익스프레스 기고에서 "중국은 영국과 영국의 동맹국들에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수낵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스미스 전 대표는 수낵 총리가 강조한 실용주의가 유화책에 가까운 것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도 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한 트러스가 옳았다며 수낵 총리가 좀더 옳은 노선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중진 의원은 수낵 총리의 생각은 중국을 위협으로 보기보다는 경제적 투자의 관점에서 보는 재무부와 비슷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가 완료됐지만 유럽과 좀더 강한 연대를 원한다고도 했다. 다만 EU 법을 따르는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는 에너지와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 EU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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