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AtoZ]집값 내리는데…증여 서두르는 이유는?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속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에도 올해 주택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역대 최고로 높았다. 언뜻 보기에는 계속해서 집값이 내려갈수록 증여 비용도 적어지기 때문에 더 기다렸다가 증여하는 것이 이득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래절벽으로 급매마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내년부터 관련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거래 원인 현황을 보면 올해 1~9월 서울 주택 거래량 총 7만9486건 중 증여 거래 건수는 9901건으로 전체의 12.5%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로, 전국 기준(8.8%)보다 3.7%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증여거래를 포함한 직거래가 많아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불법으로 의심되는 아파트 거래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고강도 기획조사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강도 단속과 부동산 침체기에도 여전히 증여가 빈번한 것은 내년부터 증여 관련 취득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증여 시 발생하는 취득세의 과세표준을 시가인정액으로 바뀌게 된다. 취득세는 과세표준에 취득세율을 곱해 결정되는데, 현재는 증여 시 과세표준을 공시가격으로 하고 있어 시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통상 시가인정액이 공시가격의 1.5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가인정액을 과세표준으로 해 증여 시 취득세를 산정할 경우 취득세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증여를 통해 양도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까다로워진다는 점도 한몫한다. 주택의 경우 가족에게 증여한 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가 절감된다. 예를 들어, 4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10억원에 팔게 되면 그 양도차익은 6억원이 된다. 반면 주택가격이 8억원이 되는 시점에 배우자에게 그 주택을 양도하고, 추후 제3자에게 10억원에 팔게 된다면 양도차익이 2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을 양도할 때 양도차익에 부담하는 세금이다.

다만 이러한 우회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해 세법에는 증여세 이월과세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월과세란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에게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을 일정 기간 내 매도하면 증여자의 취득 당시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제도다.

현재는 증여받은 뒤 5년 이후부터 이월과세가 배제되지만, 내년부터는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증여 후 양도소득세 절감 효과를 누리려면 기존보다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증여를 고려하고 있는 경우라면 올해 증여를 서두르는 것이 향후 양도 시점을 앞당기고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건설부동산부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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