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6G 통신 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6G 통신은 5G보다도 5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위해 극고주파(EHF) 대역을 사용하는데 잡음·혼선 방지 및 보안을 위해 밀리미터파(30~300GHz) 전자기 신호의 제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자파 흡수 소재가 필수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십 GHz 이상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었다.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분말재료연구본부 자성재료연구실 백연경, 이정구 박사 연구팀이 네오디뮴(Nd) 자석과 동등한 수준의 고 보자력으로 밀리미터파 흡수 기능을 가진 입실론 산화철을 연속 제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6G 대역에 해당하는 초고주파를 흡수하는 자성 소재는 고 보자력을 나타내는 입실론 결정상을 가진 산화철 소재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는 50nm(나노미터) 이하의 나노 크기 입자 형태로만 발현될 수 있었다. 일본은 습식공정을 통해 순수 입실론 산화철을 제조했지만, 저수율 다단계 공정의 한계로 상용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팀은 에어로졸 공정을 통해 저수율 제조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철과 규소 전구체 용액을 열 가압기에 분무 건조 및 열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입실론 산화철 나노입자가 실리카 입자에 매립된 복합 분말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원료 용액을 연속 주입하고 분무 용액을 순간적으로 건조하면, 철 원료가 제로겔 입자에 갇혀 열처리 시 입자의 성장이 제한된다. 이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규모의 분말 제조공정을 활용해 입실론 산화철 나노입자의 연속 제조를 가능케 한 것으로, 밀리미터파 흡수 소재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기존 전자파 흡수 소재가 고주파 대역에서 흡수능이 감소하거나 주파수 대역의 제어가 어려운 한계를 가지는 데 비해, 극고주파(30~200GHz) 대역에서 흡수능을 가진 입실론 산화철은 미래 통신부품 소재로의 가능성이 높다. 밀리미터파 흡수능을 가진 입실론 산화철 연속 제조기술은 밀리미터파를 기반으로 하는 5G/6G 무선통신 및 저궤도 위성통신 부품, 스텔스, 레이더 센서 등에 사용이 가능하며, 고 보자력 자성 소재인 만큼, 미래 모빌리티의 전장부품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밀리미터파 흡수가 가능한 자성 소재 기술을 양산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회사는 현재 없으며, 5G 대역 흡수 차폐 소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2~3곳에 불과하다. 본 기술개발을 통해 추후 국산화에 의한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해외로의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연경 책임연구원은 “광대역(30~200GHz)의 초고주파를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으며, 특히 상용화가 가능한 연속 제조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앞으로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무선통신기기, 자율주행차 레이더 및 우주위성 통신용 흡수체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다수의 기업과 산화철 흡수 소재의 양산화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며, 100기가헤르츠(GHz) 이상의 테라헤르츠파 흡수능 증진 방안에 관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에 지난 9월 22일 자로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