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스누피가 美 달 탐사대로 선정된 이유는?

美 첫 달 조사선 이름도 '스누피'
2023년 2월 '오리온' 탐사선 실려
허공에 뜨는 '무중력 지표' 임무 맡아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무중력 지표' 스누피 인형 / 사진=NASA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미국 국민 만화 캐릭터 '스누피'가 내년 발사하는 달 탐사선의 선발대로 발탁됐다. 스누피 인형은 우주선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났을 때 허공에 떠 무중력 상태를 알리는 일명 '무중력 지표' 임무를 맡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주황색 우주복을 착용한 스누피 인형을 공개했다. 스누피는 미국 태생 만화가 찰스 먼로 슐츠가 1950년 펴낸 만화책 '피너츠(Peanuts)'에 등장해 큰 인기를 얻은 비글 강아지 캐릭터로, 미국 내에선 국민 캐릭터로 통한다. 이날 NASA의 유튜브 채널 화면에 스누피 인형이 잡히자, 댓글창에서는 영어를 포함한 수많은 언어로 열렬한 호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스누피 인형은 내년 2월로 예정된 달 탐사용 우주선 '오리온'에 마네킹과 함께 탑승한다. 내년 비행은 실제 조종사가 탑승하기 전 진행되는 테스트 발사로, NASA가 약 반세기 만에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이다.

1950년 만화 '피너츠'에 첫 등장…상상력 풍부한 비글 캐릭터

스누피는 1950년 10월4일 출간된 '피너츠' 만화에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 만화가 연재된 지 2일 만이다. 원래는 만화책 주인공 캐릭터 '찰리 브라운'의 반려견이라는 설정에 불과했으나, 특유의 귀여운 디자인으로 주인공을 제치고 독자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미국의 유명 만화가 찰스 먼로가 펴낸 만화책 '피너츠'에 등장하는 스누피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작중 스누피는 상상력이 풍부한 개로 등장하는데, 특히 특정 인물을 상상해 흉내 내는 놀이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헬멧, 고글, 공군 파일럿용 스카프를 착용한 채 개집 지붕 위에 앉아 비행기 조종 놀이에 푹 빠진 모습은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스누피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 도운 NASA 정찰선 이름도 스누피

스누피는 NASA와도 깊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스누피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인간과 함께 한 번 달을 방문한 바 있다. 1969년 5월18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를 떠나 달로 향한 우주선 '아폴로 10호'의 사령선 이름이 '찰리 브라운'이었으며, 달 표면 정찰(snoop) 역할을 맡은 정찰선 이름이 스누피였다. 당시 우주비행사 두 명이 탑승했던 스누피는 달 표면 조사를 마친 뒤 무사히 사령선으로 되돌아갔고, 이후 아폴로 11호가 무사히 달 표면에 착륙해 인류 최초의 달 탐사를 성공으로 마무리 지었다.

1969년 아폴로 10호 미션 당시 케네디 우주 센터 한 직원이 스누피 인형을 올려놓은 채 근무하는 모습. / 사진=케네디 우주 센터 홈페이지 캡처

이후로도 스누피 인형은 NASA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떠날 때 여러 차례 함께 했다. 1990년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발사 당시에도 우주비행사들은 스누피 인형을 무중력 지표 용도로 데려갔다.

천 재질 인형을 무중력 지표로 쓰는 것은 우주비행의 유구한 전통이기도 하다. 1961년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에 나섰을 때 무중력 상태임을 가늠하기 위해 작은 천 인형을 지참했던 게 기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드러운 천 인형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을 떠다녀도 사람이나 장비 등에 부딪혀 충격을 줄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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