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OWN]토종 OTT 왓챠, 자금조달 ‘빨간불’…매각도 불투명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토종 OTT(동영상온라인서비스) 스타트업 왓챠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한 때 5000억원대가 거론될 정도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1000억원 미만으로 급락했다. 주요 OTT 업체로 손꼽혔지만,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38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에는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재무적 투자자(FI)인 벤처캐피탈(VC)이나 일반 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히지 않았다. 일반적인 투자사가 아닌 박태훈 왓챠 대표가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38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면서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은 780억원 수준이다. 앞선 투자 라운드 대비 크게 뒷걸음질 쳤다. 왓챠는 올해 상반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했다. 당시 50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1000억원을 투자받으려 했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38억원을 급하게 수혈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현재 밸류에이션은 상반기 기대한 기업가치 대비 6분의 1토막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왓챠는 2011년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 박태훈 대표가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이듬해 2012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8억원을 투자받으며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VC 등 FI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시리즈A 라운드엔 메가인베스트먼트와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등이 2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2016년 시리즈B 라운드에서는 55억원을 투자받았다. 2018년부터는 투자금 단위가 달라졌다. 시리즈C 라운드에서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기록했다. 이어 2020년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D를 성사시키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시리즈D 당시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은 3000억원 수준이다. 시리즈A 밸류에이션 120억원 대비 25배가 오르면서 FI들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특히 초기에 투자한 FI들은 멀티플 10배 이상을 기대하며 ‘잭폿’ 가능성을 점쳤다. 프리IPO 후 자연스레 기업공개(IPO)에 나선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었다.

5000억 밸류에이션, 1000억 미만으로금융시장 경색·불안한 재무구조 직격탄박태훈 대표 인맥 활용 38억 긴급 수혈위기감 느낀 재무적 투자자들 매각 타진최후 카드 액면가 증자 나설 가능성도

업계에선 이 같은 희망회로를 돌릴 만 했다고 입을 모은다. 시리즈D 이후 2021년 브릿지까지 유치했기 때문이다. 브릿지 라운드엔 기존 주주인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비롯해 삼성증권까지 가세하며 왓챠에 자금을 부었다. 49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IPO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같은 해 왓챠는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나섰다. 이어 올해 초 프리IPO 투자 유치에 돌입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동시에 왓챠의 불안한 재무구조가 부각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2021년 기준 왓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적자도 계속 늘어나며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 늪에 빠지며 누적 결손금은 이미 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왓챠의 결손금은 2017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32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위기감을 느낀 FI들은 매각을 타진했다. 왓챠가 사업을 접으면 투자금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OTT인 웨이브와 쿠팡플레이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플랫폼 리디(RIDI)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매자를 찾는 가운데 가까스로 38억원을 투자받으며 연명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VC 관계자는 "최근 투자받은 38억원은 단기간의 운영자금에 불과하다"며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 투자를 못 받을 경우 많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OTT가 인수하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재 OTT 시장 자체가 예전 같지 않아서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투자 유치와 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왓챠가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만간 액면가 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액면가 증자는 말 그대로 액면가 500원으로 증자를 하는 것이다. 500원을 기준으로 액면가 증자를 하면 왓챠의 프리 밸류에이션은 70억원 수준이 된다. 초기 투자자는 물론 직전 후기 투자자 역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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