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없이 초음파로 뇌 자극해 수면·기억력 향상

KAIST, 뇌 자극·뇌파 측정 가능한 초소형 시스템 개발

초소형 초음파 기기로 수술없이 뇌를 자극하는 기술- MEMS 기반 초소형 초음파 소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초소형 초음파를 뇌에 설치해 수술 없이 수면 조절 및 단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등 각종 뇌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현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김정연 한국뇌연구원 박사 공동연구팀이 소형 동물에서 초음파 뇌 자극과 뇌파 측정이 동시에 가능한 초소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수면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초음파 뇌 자극이 가능한 해당 기술을 이용해 비 급속 안구 운동(NREM, Non-rapid-eye Movement) 수면 시 전전두엽(PFC, Prefrontal cortex)을 실시간으로 자극해 수면 및 단기 기억력 조절이 가능함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초소형 초음파 자극 및 뇌파 측정 시스템은 기존의 마취가 필요한 시스템과는 달리 자유롭게 행동하는 쥐에 장기간 동시 자극과 측정을 할 수 있다. 초음파 자극 소자는 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이하 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의 실리콘 공정을 활용했기 때문에 매우 정밀하고 초소형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초경량의 해당 시스템을 향후 다양한 뇌 질환 동물 모델에 적용한다면, 여러 뇌 질환에 대한 초음파 뇌 자극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신경 자극 기술과는 달리 초음파는 수술 없이 뇌 심부의 국소적인 작은 영역까지도 자극할 수 있어, 저강도 집속 초음파 치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저강도 집속 초음파 기술의 치료 효과와 유효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초음파를 뇌 또는 인체에 조사했더니,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간질, 비만, 관절염 등이 호전되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신경 자극의 효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생체 내 신호 측정과 행동 관찰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질병 모델이 많이 존재하는 소형 동물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의 초음파 자극 기술은 부피가 커서 움직이는 생쥐에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작동할 때 생기는 잡음 신호로 동시 전기 생리 신호 측정이 어렵다. 특히, 생쥐처럼 작은 동물에서 장기간으로 초음파 자극을 주면서 생체 내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따라서 소형 동물에 인가되는 초음파 자극 실험은 통상적으로 짧게 자극 후 즉각적인 반응을 보거나 마취 상태에서 여러 차례 자극을 인가하고 장기적인 반응을 보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구팀은 그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EMS 기반의 초소형 초음파 소자(CMUT, Capacitive Micromachined Ultrasound Transducer)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해왔다. 이번 연구에서 뇌파 신호 측정 및 실시간 수면 분석 기술을 접목해, 뇌의 현재 상태에 따라 자극을 주는 맞춤형, 폐루프 자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폐루프 자극 알고리즘은 6초 단위로 수면 단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비 급속 안구 운동(NREM, Non-rapid-eye Movement) 수면 단계일 때 초음파 자극을 전달한다. 이 시스템은 잡음 신호 없이 자극과 측정이 동시에 가능하다. NREM 상태 시 10시간 동안 수면 박탈 쥐의 전전두엽을 자극한 결과, 단기 공간 기억력이 보호되고 급속 안구 운동(REM, Rapid-eye Movement) 수면량이 증가함을 보였다.

연구팀은 현재 이 신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뇌 단일 영역의 매우 작은 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후속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소 부위 자극을 통해 향후 정밀한 수면 단계 조절이 가능하게 된다면, 수술 없이 비침습적으로 수면 질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뇌 질환 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현주 교수는 "초음파는 태아 영상화에도 활용될 만큼 안전한 인체 조사 기술 중 하나인데, 인체 내부 깊숙이까지 전달되며 펴지지 않고 집중 조사가 가능해 치료를 위한 비수술적 인체 조사 기술로 매우 매력적인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임상 자극 시스템의 부재로 현재 초음파 자극의 효능 평가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많은 뇌과학 연구팀들이 활용해 초음파의 다양한 치료 효과를 밝혀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에 지난달 19일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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