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딜레마]③2인자 리창에 쏠린 눈…'실용주의자면서 習 충성파'

저장성 설비 직원에서 성장까지 40년 걸려
이후부턴 7년만에 상하이 당서기 거쳐 총리까지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제로코로나 정책 장기화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할 수록 시선이 쏠리는 인물이 있다. 지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2인자'로 발탁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다. 그는 '제로코로나와 경제 정상화'라는 모순적 과제의 바통을 리커창 국무원 총리로부터 이어받게 됐다.

리창의 어깨를 가장 짓누르고 있는 것은 망가진 중국 경제다. 무역 및 제조업 지표의 경우 방역 단계를 낮추고 리오프닝을 결정함과 동시에 빠르게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부진한 부동산 개발 투자와 소비 심리는 안정화 궤도에서 크게 이탈한 상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전월(5.4%)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9월까지 누적 부동산 개발투자는 지난해보다 8% 급감했다. 경제를 견인하던 주요 축이 흔들리면서 올해 5.5%라는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전망치를 3.2%까지 낮췄다. 내년은 4.4%, 2024년에는 4.5%에 그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부진한 성장 동력에 미중 무역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글로벌 난제가 겹친 상황을 해결하기에 리창의 역량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그는 행정 경력의 대부분을 1976~2016년 저장성에서만 보냈다. 그 첫 발은 저장성 루이안현 마위구의 기계 배수 설비 시설 직원이었다. 이후 공구 공장과 현급 위원회 간부, 민정청 농촌구제처 간부 등을 거쳐 한계단씩 올라 요직을 향했고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눈에 들게 된 것이다.

설비 직원에서 성장이 되기까지는 40년이 걸렸지만, 2016년 이후 장쑤성 서기와 중앙정치국 위원, 상하이 당서기를 거쳐 총리 자리(2023년 3월)까지는 7년만에 내달렸다. 부족한 중앙정치 경험과 부총리를 건너뛴 이례적 발탁은 그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반대로 그가 시 주석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전직 비서실장'인데다가, 뿌리깊은 지역 인맥과 시장 경험을 기반으로 총리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리창은 강력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2018년 준공)를 유치했고, 2019년에는 '상하이판 나스닥'인 커촹반 개설도 이끌어냈다. 한 때는 경질 요인으로 꼽혔던 상하이 봉쇄 역시 지금은 업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가 이제껏 근무한 저장(6.5%), 장쑤(10.2%), 상하이(3.8%)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20.5%를 차지할 만큼 시장영향이 크다.

3년에 가까운 경제 부진 덕에 '기저효과'의 날개를 달고 3기 지도부 가운데 가장 빠르게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중국의 리오프닝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투자 수요가 당국의 정책 완화와 동시에 유입될 수도 있다. 방역 관련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지난달 25에서 이달7일 외국인은 매도 매수를 반복했으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38억4000만위안(약 7331억)에 그쳤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창에 대해 "친기업 실용주의자이자 정책을 공격적으로 실행할 충성파이기도 하다"면서 "새로운 역할(총리)을 맡으며 이 양면 가운데 어느쪽이 우위를 점할 것일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부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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