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비 없어 고국 못 간다니” … 이영애·시민들, 이태원 러 희생자 도와

사연 알려지자 러 영사관도 서류 절차, 비용 등 대책 마련
고인 어머니, 현지에서 장례 준비 마쳐

배우 이영애 씨가 이태원 참사로 숨진 러시아인의 시신 운구 비용을 돕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태원 참사로 숨진 러시아인 박율리아나씨(25)의 아버지가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배우 이영애를 비롯한 여러 시민들이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영사관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다행히 시신은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율리아나씨 아버지인 고려인 3세 박 아르투르씨는 딸 시신을 러시아로 운구하는 데 5000달러(약 709만원)가 필요한데 구할 길이 막막하다고 2일 언론 등에 호소했다. 4일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을 타야 하지만, 이를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우 이영애는 이날 한국장애인복지재단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율리아나씨와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민들의 온정도 이어졌다. 자신을 '용산구 이태원동 가까이에서 두 딸을 키우는 40대 주부'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께 1000만원을 빌려드리고 정부에서 보상금이 준비되는 시점에 상환받을 수 있다면 연락해 달라"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에 우리 정부도 신속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용산구청 측은 율리아나씨 유가족이 대사관에서 서류를 받아 장례비와 구호금 등 생활안정자금 3500만원을 신청하면 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 희생자를 대상으로 장례비 선지급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으며, 외국인 사망자 유족 편의를 위해 한국 입국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조치를 법무부 등과 협조해 시행 중이다.

항공 업계도 유족에게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유품 정리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항공권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외교부에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9개국 14명의 외국인 사망자 유족에게 왕복 항공권을 지원할 방침이다.

배우 이영애와 시민들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러시아 영사관은 시신 운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최대한 빠르게 발급하고 시신 운구 비용을 업체와 직접 협의하기로 했다. 율리아나씨는 4일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을 타고 어머니가 있는 러시아 항구도시 나홋카로 향한다. 고향에 홀로 남겨진 고인의 어머니는 현지에서 장례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인지원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오늘(3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함박안로 합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율리아나씨 추도식을 거행한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중 외국인은 14개국 26명이다. 이란인 5명, 중국인 4명, 러시아인 4명, 미국인과 일본인 각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인 각 1명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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