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수원발발이’? … 출소한 성범죄자 거주지 놓고 갑론을박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출소 후 친모가 계약한 화성시 원룸에 살기로
“재범률 높아 격리 필수” vs “이중 처벌, 애초에 형량 늘렸어야”

의정부 시민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성범죄자들의 잇단 출소에 관련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거주하게 된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 앞 골목은 몰려든 시민들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원룸촌이다.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이 밀집한 곳으로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입주해 있다.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한 곳 있다.

박병화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오늘 오전에야 박병화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28일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병화의 어머니였는데 여기에 박병화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병화가 오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강제 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인근 원룸에 사는 한 주민은 "화성시는 과거 이춘재 연쇄 살인과 여러 성범죄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남은 곳"이라며 "또 다시 주민들이 불안할 일이 없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정명근 화성시장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주거지 앞을 찾아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했다. 정 시장은 "박병화의 거주를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 건 사기 행위에 준하는 위법 계약으로 보인다"며 "원룸 관계자와 협의해 계약을 철회하고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출소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한 김근식의 출소를 앞두고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김씨가 만기 출소한 후 사회 적응을 위해 머물 곳으로 경기도 의정부시가 지정됐기 때문이다. 의정부시 시민의 여론은 들끓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모든 행정 수단을 동원해서 악질 성범죄자의 의정부 이송을 막겠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출소 하루 전 김 씨가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재구속되고 나서야 사태는 해결됐다.

2020년 연말 만기 출소한 성범죄자 조두순 역시 정착 전 지역사회의 강한 반대에 휩싸였다. 당시 그가 살기로 한 안산시 집 주변에서는 그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달라는 시민들이 대거 모여든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를 자신의 주거지에서 200m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 집으로부터 1km 반경 이내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다만 기본권 침해 우려 탓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에 따르면 '성범죄 전과자의 사는 곳을 제한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거주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43% △제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38%로 나타났다.

답변을 분석해 보니 찬성 의견은 남의 인권과 기본권을 짓밟은 사람에게까지 권리를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범률이 높은 범죄인 만큼 격리는 필수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반대 의견은 법적인 논란이 큰 이중조항을 만들기보다는 애초에 형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주지 제한은 헌법상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미 죗값을 치른 사람에게 다시 처벌을 가하는 이중 처벌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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