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령기자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월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 넘는 온라인플랫폼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인수합병과 자체 브랜드(PB) 제품 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카카오, 네이버처럼 여러 영역에 걸친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을 사전에 규제하겠다는 취지인데, '타다금지법'에 이어 또 다시 혁신기업 성장의 싹을 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을 다음 주 중 발의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월간 실제 이용자 수가 1000만 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가 2만 명 이상일 경우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이상 시장지배적 플랫폼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 공정위가 지정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카카오, 네이버 뿐 아니라 배달의민족, 쿠팡 등 대형 사업자가 해당된다. 배 의원 측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들은 거의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대해선 여러 가지 규제가 적용된다.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는 행위를 이해충돌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사 제품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이용사업자들을 불리하게 다뤄서도 안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에 온라인 플랫폼을 들여다 보는 플랫폼시장감독국을 두는 내용도 포함됐다. 플랫폼시장감독국은 공정위원장 직속 기구로 하고, 활동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배 의원 측은 법안에 대해 "거대 플랫폼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우선시 할 개연성이 있어 예방 장치를 두자는 것"이라며 "아마존 반독점법 등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흐름이 감지되면서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될 경우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온라인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업체의 자사 브랜드를 금지할 경우 과점 업체들이 오히려 가격 담합을 할 수 있다"며 "PB는 제품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만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자사 우대정책을 한다면 공정위에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대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안 발의가 목전에 임박한 데엔 최근 '카카오 정전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전으로 카카오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거대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더욱 자극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데이터 이중화 같은 해법이 정해져 있는데 정치권이 엉뚱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이 커지면 안 된다는 식으로 보게 되면 결국 웃는 건 해외 빅테크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에 거대 플랫폼 규제 부서 신설해야"...'제2의 타다' 우려도
업계에서는 배 의원이 조만간 발의할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에 대해 시장지배적 플랫폼 지정부터 현실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다. 법안에선 '월간 실제 이용자수가 1000만 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가 2만 명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것'과 함께 '시장지배적 플랫폼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정위에 입증해야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장산업인 플랫폼 스스로 규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으면 의도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선 안되는 셈이다.
"PB상품이 이해충돌? 소비자 만족 저해할 것"
또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플랫폼 운영과 함께 자신의 상품이나 용역인 PB를 판매하는 것을 이해충돌행위로 규정한 것도 업계에서는 문제로 보고 있다. 현재 쿠팡의 경우 신선식품 PB인 '곰곰'을 운영하며 곰곰쌀, 곰곰 광천김 등을 팔고 있는데, 법안대로라면 쌀이나 김을 파는 다른 이용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쿠팡이 해당 플랫폼에서 자신의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 또는 공급하면 안 된다. 배 의원 측은 "이미 자신의 상품을 파는 플랫폼들이 있지만 이는 앞으로 사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PB의 성격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업계 관계자는 "PB는 중소기업 활성화와 연결되고, 가격을 낮춰 소비자 만족에도 도움을 준다"면서 "PB가 없다면 과점 업체들의 가격담합도 심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마트, 롯데마트 등 전통 유통강자들이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을 불리하게 다루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법안 내용도 이미 시행중이다. 한 관계자는 "자사 우대정책을 했다고 하면 진작에 공정위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타다금지법' '직방금지법' 등 신산업 규제의 연장선 아니냐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제2의 타다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야후나 싸이월드를 보면 알 수 있듯 강자를 가만히 놔둬도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규제는 시장 성장에 방해 요소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온라인 플랫폼 감독국을 설치한다는 내용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미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가 추가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오히려 공정위의 권한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에 대해 공정위는 법제화보다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 공정위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다"고 얘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