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화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스토킹 범죄의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도 나왔다. 다만 가정폭력 피해자의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부터 가해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감시까지 국회 차원의 스토킹 범죄 대응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가족 간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의 인식과 법률은 아직 부족하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족이나 친족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해도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폭법) 적용 범죄에 스토킹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가정폭력 피해자의 실질적인 보호 조치에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정폭력 피해자 3명 중 1명은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전체의 34.2%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행위자들은 △피해 당사자(48.8%·중복 응답) △피해자 가족 및 동거 가족(32.6%) △피해자 친구 및 지인(30.2%)을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문제는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의 사례 조사 결과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의 85%, 살인 기수 사건(사람이 실제 사망한 사건)의 76%의 여성 피해자가 사건 이전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가족 간 스토킹 범죄를 별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피해에 따라 1~4급으로 나눠 가해자에게 징역 3개월부터 최장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는 가정폭력 범죄 유형에 스토킹을 포함해 △감시·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 △직장 및 주거지에서 기다리는 행위 △추적하는 행위를 범죄로 포괄하고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
친밀한 관계는 피해자의 정보를 가해자가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사례의 경우 2018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주차장 살인 사건'의 범인은 이혼 후 전처 차량에 GPS를 부착해 전처 주거지를 알아냈고, 두 달간 동선을 추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범죄만 가정폭력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신체 공격을 당하지 않은 가족 간 스토킹은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될 우려가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물리적·신체적 폭력만을 폭력 피해로 간주하는 수사 관행상 수사관이 가족 간 스토킹 피해에 스토킹 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특례법에 여러 독소 조항이 있지만, 최소한 법 규정에 스토킹 범죄를 명시하는 게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