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더 센 '독감 바이러스' 온다 … 'A형 H3N2' 특성은?

독성 가장 강해 … 1968년 세계 유행 당시 100만명 이상 사망
코로나 이어 계절독감·호흡기감염병 공존 시 의료현장 혼란도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어린이, 임신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첫날인 21일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어린이가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동안, 인플루엔자(독감)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올 겨울 독감 유행을 주도할 우세종은 독감 바이러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A형 H3N2'로 알려져 영·유아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비상이 걸렸다.

13일 질병관리청 독감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37주차(9월4~10일) 독감 의사환자(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1명으로 2021~2022년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인 4.9명을 넘겼다. 지난 2020년 9주차(2월23~29일)에 독감 의사환자 6.3명으로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을 넘긴 지 약 2년6개월여 만이다. 가장 최근 통계(9월25일~10월1일)에선 이 수치가 7.1명까지 높아졌다.

의료계에선 올해 독감 우세종으로 A형 H3N2 바이러스를 꼽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동절기를 보낸 남반구 국가에서 H3N2가 독감 유행을 주도했다"며 "올해 국내에서 검출된 인플루엔자도 H3N2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A형 H3N2는 고령층·영유아 등 고위험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도 "A형 H3N2는 독감 유행시 통상적으로 유행하던 아형으로 다른 인플루엔자와의 특성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에 H1N1과 H3N2, B형엔 야마가타와 빅토리아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A형 H3N2는 1968년 홍콩에서 시작돼 1969년까지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감염시키고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바이러스다. 당시 환자들은 길게는 2주 동안 호흡기 증상과 함께 오한, 발열, 근육통 등을 호소했다.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감을 포함한)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어떤 유전자 타입이 우세할지는 매해 바뀐다"면서 "확진 추이로 우세종을 예측한 뒤 최적의 백신을 개발해 빠르게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코로나든 인플루엔자든 호흡기 감염병의 우세종은 매번 돌기 때문에 하나의 대응법은 없다"며 "독감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급격한 실내·외 온도 변화에 주의해 면역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독감 유행과 함께 코로나19 재유행이 맞물리면서 환자가 함께 급증하는 '트윈데믹'이나 동시에 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플루로나'로 중증환자가 증가할 우려도 제기된다.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PHE)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에 동시에 감염된 환자의 사망률은 코로나19만 감염된 환자의 2.3배, 미감염자의 6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메타뉴모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리노 바이러스 등 다른 감염병도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40주차에 이 같은 호흡기 감염병으로 입원한 국내 환자는 94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입원 환자(320명)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서로 비슷한 탓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처방이나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뒤섞여 돌면 의료 현장에선 각 환자별로 진단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응이 잘 안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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