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복구에 수개월 소요 예상…러, 실질적·상징적 타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가 8일(현지시간) 폭발로 일부 붕괴한 데 대해 주요 외신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 측에 실질적·상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다. 이를 통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남부·동부 일부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러시아군이 보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 다리가 크림반도뿐 아니라 러시아가 점령했다가 최근 밀려나고 있는 다른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대한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항구도시 멜리토폴에 연결된 철도를 이용하거나, 선박·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안전성과 수송 용량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다리를 통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능력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덴마크 교량 설계·건축 전문업체 COWI의 데이비드 매켄지 기술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폭발 때문에 크림대교의 구조가 손상돼 완전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철로가 재개통되더라도 적재중량이 규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상당히 큰 화재여서 교량 철골의 강도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교량 상판에 있는 강철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열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크림대교의 전략적·상징적 의미를 고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 다리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수차례 했다. 다만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국 CNN은 이번 폭발이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폭발에 따른 통행 중단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에 관한 전략적 결정을 할 때 그 시점을 예전보다 몇 주간 앞당겨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물자 보급뿐 아니라 병력 배치에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병력 집결지로 삼아왔던 곳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크림대교 붕괴로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전투 부대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배치를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발은 러시아와 푸틴 측에 상징적으로도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제정 러시아 시절을 포함해 여러 시대에 걸쳐 꿈이었고 1930년대, 1940년대, 1950년대 등에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러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힘입어 기적이 성취됐다"고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현재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의 입장이 2000년 집권 이래 가장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유지하고 러시아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CNN은 "푸틴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판을 더욱 키울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나 푸틴 정권 자체가 '완전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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