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배현진(국민의힘) 의원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위반한 문재인 정부의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제안서'를 지적하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배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유치 불가 통보를 받고도 두 달 뒤인 4월 공동 개최 유치제안서를 제출한 점을 꼬집었다. 그는 "IOC는 우리 정부에 '북한에 서울·평양 공동유치 관련 연락을 취했으나 답신이 없어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치가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며 "다시 유치제안서를 제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엿새 전에 서둘러 전달했던 제안서다. 일방적인 대북 지원계획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른바 '북한 도시재개발, 고속도로 건설 등 22조원 규모 SOC 지원계획'이다. 배 의원은 "'비용이 절감되는 올림픽'으로 홍보했으나 북한 경기장들은 사용이 불가할 만큼 낙후됐다"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의 80%(22조6000억원)가 모두 북한에 쓰인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비판했다. "비용 부족 시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등의 내용도 있어 비용 절감은커녕 천문학적 비용이 요구되는 계획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안서에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로 고속도로, 고속철도, 송전선로, 5G 구축망 등이 적시돼 있다. 올림픽 빌리지 조성 명목으로 평양 도시재개발 계획도 담겨 있다. 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에 저촉돼 관련 건설 지원이 어려워지자 올림픽을 이용해 북한을 우회 지원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북한과 협의한 내용도 아니었다. 배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체부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을 추진한 중심 부처들은 최근 5년간(2017~2021) 북한과 수발신한 내역이 없다. 하지만 유치제안서에 북한을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라고 소개하며 "안전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최근에도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을 이어오는 북한을 안전한 국가라고 명시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식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진행된 문체부의 대북 지원 사업을 전면 검토하고, 유치제안서 추진 경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 감사를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