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급등세…국내 물가상승 압박 우려

OPEC+ 대규모 감산 전망에 국제유가 껑충
고환율發 수입물가 상승에 유가까지 불안
하반기 고물가 이어지면 긴축 통화 불가피
다음주 한은 금통위…'빅스텝' 목소리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환율 여파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제유가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주춤했던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은행의 긴축 통화정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2%(4.14달러) 오른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4%(3.72달러) 오른 88.86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유가가 장중 3% 이상 급등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 정례회의에서 대규모 감산 합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영향으로 올해 초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 유가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경제침체 우려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이달 8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때문에 산유국들로선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만약 OPEC+가 시장 전망대로 전 세계 공급량의 1% 수준인 하루 1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다면 유가 상승 쇼크가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국내 시장에도 충격을 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44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로 수입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어서 유가 상승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6%대까지 치솟았다가 8월에 5.7%로 내려왔는데, 이는 유가하락 영향이 컸다. 하반기 고유가가 본격화되면 물가 정점이 늦춰질 수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은의 통화정책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물가 흐름을 전망하며 포워드가이던스를 내놨다. 이 총재 예상과 달리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이라는 변수가 생긴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남은 10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최악의 물가상승으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는 미국이 감산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국제 유가 하방 압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3개월 전만 해도 사실상 현재 수준 대비 100만 배럴 이상 감산을 해왔고 생산 목표 대비 실제 OPEC 생산량도 200만 배럴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 큰 규모의 감산이 11월에 이루어질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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