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병을 고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뛰어드는 제약·바이오

유한·CJ·hy·지놈앤컴퍼니 등 관련 기업 직접 인수
2023년 시장 규모 151조원 예상

아직 상용화된 의약품 없어
美 세레스, 최근 3상 마치고 FDA 허가 신청
국내 고바이오랩·CJ·지놈앤컴퍼니 개발 경쟁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미생물으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미생물로 병을 고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업 에이투젠을 인수했다.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의 자회사로 독자 개발 플랫폼을 바탕으로 대사성 질환, 면역 질환, 근육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기존 주식 인수를 통해 에이투젠의 1대 주주 지위를 우선 확보하고, 내년 초에 별도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 및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다.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 성인 한 명이 약 38조개의 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자의 마이크로바이옴에 따라 건선, 역류성 식도염, 비만, 대장염,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통해 병을 낫게 한다는 새로운 접근법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시장 규모는 2020년 872억달러(약 121조5132억원)에서 내년 1087억달러(약 151조47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세포 수 비교(사진제공=CJ바이오사이언스)

이에 대기업 또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을 직접 인수해 산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한양행 외에도 CJ제일제당, hy, 지놈앤컴퍼니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매각 이후 철수하는 듯 보였던 제약·바이오산업에 다시 진출했다. 2025년까지 후보물질 10건 보유, 기술수출 2건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연구·개발(R&D)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노포커스를 둘러싸고 인수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제노포커스는 한때 하림의 인수설이 나왔지만 이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현재는 롯데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도 지난해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리스트랩을 인수해 마이크로바이옴 CDMO에 나섰다. 44년 역사의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으로 선진국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를 갖추고 다수의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생산 이력을 갖췄다.

직접 인수는 아니지만 전문 기업들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 7일 마이크로바이옴 벤처 기업인 브이원바이오와 '원헬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안국약품의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역량과 브이원바이오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플랫폼 기술의 강점을 결합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7월 연세대 의료원 산학협력단과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임상 연구센터 설립 및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세브란스병원 내에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임상 연구센터를 마련하고, 염증성 장질환, 알츠하이머성 치매, 호흡기 감염질환 등 치료제 개발 수요가 높은 질환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R&D에 나설 예정이다.

유산균 전문기업 hy(구 한국야쿠르트)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이뮤노바이옴과 생균기반의약품(LBP) 공동 개발에 나섰다.

다만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나오진 않은 상태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 치료제 후보 물질 'SER-109'의 임상 3상을 성공하면서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 6월 FDA에 SER-109의 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고바이오랩이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선 치료제로 개발 중인 'KBL697'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2a상 임상시험계획(IND)도 FDA에 신청한 상태다.

이외에도 지놈앤컴퍼니가 면역항암제로 개발한 'GEN-001'도 임상 2상이 진행 중으로 내년 중 2상 중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도 항암제 'CLCC1', 'CJRB-101'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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