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도 뛰어든다…빅테크가 쏘아올린 '예·적금 금리비교'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페이 시작
정보제공서비스로 선점 효과 노려
오는 12월쯤 추천·중계 시작할 듯

주요 카드사들도 금리비교 준비 중
은행들은 '포털 종속' 경계

카카오페이의 예적금금리비교 서비스 캡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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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동안 3000만원을 맡겨 벌 수 있는 최대 이자는?" 가장 높은 금리 연 4.15%, 받을 이자 105만 3270원.

카카오페이가 지난 13일 내놓은 예·적금 금리 비교 서비스다. 500만원부터 1억원까지 맡길 돈을 설정해 이자를 검색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은행들의 600개 예·적금 상품 정보를 받아 가공해 앱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금리가 높은 순으로 은행들을 줄 세운 다음, 터치하면 계산된 이자액을 보여주고 바로 은행 홈페이지로 넘어가 가입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정다운(28) 씨는 "금리인상기에 예·적금이 인기인데, 금리정보가 잘 정리돼서 자주 확인할 것 같다"며 "저축은행 적금 금리가 높다고 들었지만, 막상 찾아보진 않았는데 맨 윗줄에 떠서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했다.

빅테크에 이어 카드사까지 예·적금 비교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페이까지 예·적금 금리 비교 서비스에 뛰어들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아직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지만, 빠르면 올해 12월쯤에 금융위원회 혁신서비스로 지정되면 상품 추천과 중개 기능까지 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14일 "빅테크가 베타 서비스로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서비스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상품은 은행이 만들고, 판매는 빅테크가 도맡는 거다. 무엇보다 고객 정보와 상품 주도권을 빅테크가 가져가게 돼, 은행이 빅테크에 종속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주요 카드사들도 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 카드 계열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를 포함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금융위원회에 예·적금 금리 비교 혁신서비스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예·적금 상품 중개하고 투자상품까지 함께 소개할 수 있고, 은행으로부터는 광고나 중개 수수료 같은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주도권 뺏길까 우려

가장 타격을 입을 이해당사자가 시중은행이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는 이유는 예·적금 금리 비교 사이트를 만들었다간 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금리만 봐도 현재 4%가 넘는 곳은 대부분 저축은행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이 금리 비교 사이트를 만든다는 건 내 가게에다가 더 싼 남의 상품 진열해놓고 손님들한테 고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예·적금 금리 비교 사이트가 열리면서 기존 업무영역이 다 깨지고 있다"며 "디지털화로 인한 편의성만 봐서는 안 된다. 금융 안정성이 중요한데 은행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은 '어부지리'로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와 카드사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늘리게 되고 1금융권보다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광고를 해도 접근성을 높이기 쉽지 않았는데,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예·적금 상품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도 되기 때문에 유입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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