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매 대신 전·월세로 눈을 돌리는 대기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매매 건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반면, 전·월세 수요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전·월세 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의 상승 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전날 기준)는 8558건으로 전년 동기(3만513건) 대비 71.95%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가장 많은 감소 폭을 보인 곳은 성북구(-80.83%)였으며 ▲도봉구(-80.66%) ▲노원구(-79.57%) ▲강북구(-79.42%) ▲양천구(77.92%) 등 순이었다. 25개 자치구 중 감소 폭이 가장 낮았던 종로구조차도 전년 대비 57.35% 감소해 절반 이상 거래량이 줄었다.
반면, 매매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기 수요자들의 관망세로 임대차 수요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는 13만1021건으로 전년 동기(11만6043건) 대비 12.91% 늘어났다. 전·월세 거래 상승률은 강북구가 48.87%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매매와 전·월세 거래 건수를 합한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는 13만9579건으로 지난해 동기 14만6556건과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의 변화는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매매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 A공인 대표는 "내집마련을 하고 싶더라도 가격이 더 떨어질까 우려돼 매매 대신 임대차 계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노원구 하계동 B공인 관계자 역시 "전세자금 대출 없이 전세를 얻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집을 살 여력이 있는데 불구하고 매수를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월세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월세 수요의 상승률이 전세보다 약 10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7만7057건)의 전년 동기(7만4213건) 대비 전세 거래 건수 상승률은 3.83%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월세는 4만1813건에서 5만3941건으로 29.01% 높은 거래 건수를 나타냈다. 강북구 수유동 C공인 대표는 "전·월세 수요자들이 월세를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을 꼽는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자치구 중 전·월세 거래량 1,2위를 차지했던 송파구(9993건)와 강남구(9593건)도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 송파구의 전세 거래는 전년 대비 2.71% 감소했지만, 월세 거래 상승률은 39.32%로 나타났다. 강남구도 전년 대비 월세 거래 상승률(34.98%)이 전세(12.31%)보다 높았다. 강남구 삼성동 D공인 대표는 "전·월세 수요가 원래 많은 단지의 경우 공급이 없어서 대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월세 대기가 좀 더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매매 시장이 다시 풀리기 위해선 먼저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기수요자가 내집 마련에 뛰어들려면 고점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시기를 예측할 수 없으니 가격이 급등한 이후인 지금은 하락을 예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매 수요자가 늘어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멈춰야 하는 것과 더해 지난 16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낸 부분들이 구체화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