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석천계곡의 석천정(石泉亭) 등과 함께 명승을 지정된 봉화 청암정(奉化 靑巖亭)과 영주 부석사의 안양루(安養樓)와 범종각(梵鐘閣) 등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청암정은 경북 봉화군 안동권씨 충재 종택 경역에 있는 정자다. 조선 문신인 충재 권벌(1478~1548)이 1519년 기묘사화로 파직당하고 내려와 지었다. 조성 시기는 '청암정기(1682)'와 '선생수서목편식(1724)'에 1526년으로 기록돼 있다. 청암정은 사대부 주거문화를 선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6세기 사대부들은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적 장수(책을 읽고 학문에 힘씀)와 유식(쉬면서도 마음에 두는 학문)을 위해 개인 거처를 집주변이나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에 정자 형태로 지었다. 이를 가거(家居)라고 일컫는다.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졌다. 한정된 공간과 바닥의 불균형을 고려해 궁궐식의 높은 기단을 세우고 바닥을 채워 마루와 온돌을 놓았다. 문화재청 측은 "경상도 일원에서 분포하는 'T'자형 평면을 가진 정자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창문을 비롯한 주요 구조가 17세기 이전의 특징을 지녀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영주 부석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문루(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인 안양루는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있다. 전면 세 칸·측면 두 칸의 중층 다포계 팔작지붕 형식으로, 16세기 사찰 문루 건축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다포계란 공포를 기둥 위와 기둥과 기둥 사이에 꾸며 놓은 건축양식을 뜻한다. '계암일록(1615)과 '부석사 안양루 중창기(1644)'에 따르면 안양루는 강운각이라는 단층 건물이 1555년 화재로 소실된 자리에 지어졌다. 문화재청 측은 "사찰의 진입 축을 꺾어 무량수전 영역에 진입하도록 배치한 점과 누마루 아래로 진입하는 형식, 공포와 대들보 구성에 나타나는 조선 중기 이전의 기법 등에서 보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범종각은 정면 세 칸·측면 네 칸의 중층 익공계 팔작지붕 형태를 갖춘 종각 건축이다. 종각은 큰 종을 달아 두는 누각을 의미한다. 범종각은 '계암일록'과 '부석사기(1651)'에 '종루(鍾樓)'와 '종각(鐘閣)'으로 표기됐다. '부석사 종각 중수기(1746)'에 따르면 1746년에 화재로 소실돼 이듬해 중건됐다. '청량산유록(1780)' 등에 쇠종이 있다는 기록이 있으나 19세기부터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징으로는 아래층 가운데 칸을 지나 계단을 거쳐 안양루로 통하는 점, 지붕의 포와 포사이에 놓여 무게를 받치는 부재인 화반을 덩굴나무 모양의 파련초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점 등이 꼽힌다. 문화재청 측은 "지붕 내부에 재건 당시의 것으로 판단되는 단청까지 남아 있어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