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이후 6년 만에…삼성, 대형 M&A 재시동

현금 실탄만 120조…車 반도체·모바일 등 다양한 기업 물망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멈춰있던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 성과를 내지 못해 '성장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삼성은 대형 M&A를 통한 성장 활력 제고가 절실하다.

16일 재계는 이 부회장의 복권 후 삼성이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M&A 등 핵심 산업의 미래 투자에 과감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은 2016년 전장 기업인 독일 하만 인수 이래 이렇다 할 M&A를 발표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5년간 취업 제한과 해외 출장 시 법무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아 그룹의 신규 사업을 이끌어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삼성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 삼성이 망설이는 동안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미국 인텔은 2월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6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10조원에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마쳤다.

그 사이 삼성은 현금성 자산만을 축적했다. 삼성전자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의 현금성 자산은 120조7812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 83조1842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이 4년 만에 37조원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것은 재무건전성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미래를 향한 투자 행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어 '양날의 검'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본격적인 M&A와 투자에 나선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1위 자리를 장기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취약점인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이 삼성의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로봇·5G 관련 기업까지 전방위에서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TV 등 기존 사업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포스트 반도체'에 해당하는 새 먹거리 발굴이 절실해져서다. 매출과 수익이 반도체에 심각하게 편중되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전장 분야에선 지난 2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하며 M&A를 통한 사업 확대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의 M&A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반도체·배터리 분야 전략적 파트너들과 만나 협력 강화 반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복구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가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수장에 퀄컴·도이치텔레콤 등을 거친 정성택 부사장을 수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개 부문의 태스크포스(TF)를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해 대형 딜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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