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황서율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수도권 청약시장의 열기가 급속히 가라앉으며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단지가 통째로 계약에 실패한 사례까지 나온데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주택시장에 하락세로 접어든데다 대출규제·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자금조달도 부담스러워져 선별적으로 청약하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에 조성되는 아파트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는 지난 5월 총 74가구에 대한 최초 청약을 진행했으나 모든 가구가 계약에 실패했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당시 일부 주택형의 마감에 실패해 2순위 모집에서 신청 가구수를 간신히 채웠다. 하지만 이후 청약 당첨자가 모두 계약을 포기하며 단지가 통째로 미분양된 것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27일 74가구 전체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지만 신청자가 27명에 그치며 전체 주택형 15개 중 13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지 60㎡(전용면적)의 분양가는 최고 8억8762만원에 달한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 이후 미계약이나 부적격 등의 이유로 발생한 잔여 가구 물량에 대해 새롭게 분양 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보유, 무주택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에 해당 지역권에 거주 중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수도권 일대 곳곳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시 미분양이 쏟아지는 인천 송도에선 ‘더퍼스트시티 송도’가 지난 6월 144가구 분양에 나섰지만 129가구가 미달됐다. 이에 지난 1일 무순위 청약에 나섰지만 불과 15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분양뿐만 아니라 매매시장도 주춤하면서 실거래가가 2년 전 가격으로 회귀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전용면적 84.95㎡)’은 지난 6월 12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2년 전인 2020년 12월 실거래가와 동일한 가격이다.
노원구에서는 ‘상계주공9단지(79.07㎡)’가 지난달 8억39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0년 12월에 최근 실거래가(8억4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만해도 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서대문구 A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매수문의는 거의 없는 편이고 급매 찾는 전화만 가끔 온다”며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급매물만 한 두 개씩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호가 역시 조정되는 분위기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남가좌2차’(84.806㎡)는 지난 5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2020년 12월 실거래가와 동일하게 팔렸다. 이 단지의 네이버부동산 호가는 최저 11억3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서대문구 B공인 관계자는 “호가도 1억 정도 빠졌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호가를 높게 부른 매도인에게 더 낮춰야 팔린다고 하면 이를 따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