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싱가포르=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내 최초 임대아파트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가 고밀 개발된다. 최고 35층 이상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초고층 공공주택 ‘피너클 앳 덕스톤(Pinnacle @ Duxton)’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하계5단지 재건축 구상을 밝혔다. 오 시장은 "타워팰리스 같은 공공주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했다"며 "재건축을 통해 서울에서도 고품질 임대주택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50층 초고층 재건축…스카이브릿지로 7개동 유기적 연결=싱가포르 도심에 있는 초고층 공공주택 ‘피너클 앳 덕스톤’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을 허물고 2009년 50층짜리 아파트로 고밀 재건축됐다.
이날 방문한 '피너클 앳 덕스톤'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업무지구 마리나베이에서 약 3㎞가량 떨어진 도심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에서 택시로 10여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초고층 빌딩이 빼곡한 금융가인 탄종파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이라는 명성답게 주변 건물과 위화감 없이 조화를 이뤘다. 높이 50층, 7개동이 줄지어 있는 ‘피너클 앳 덕스톤’에는 현재 1848가구가 살고 있다. 3층 이상의 필로티 구조로 지상에는 농구장, 휴게시설 등 공용공간을 만들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도록 설계했다. 7개동은 26층과 50층 스카이브리지로 연결돼 있다.
지난 2009년 완공된 ‘피너클 앳 덕스톤’은 싱가포르 정부가 중·저임금 근로자에게 저렴한 직주근접 주거지를 공급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조성한 곳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을 허물면서 초고층 고급 공공주택이 조성됐다. 또 공공주택이 ‘도시 속 섬’으로 고립되지 않게끔 개방형 특화설계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피너클 앳 덕스톤’ 단지 내부와 최고층에 위치한 공중정원을 둘러보며 기존 임대주택도 재건축을 통해 고품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오 시장은 "이곳처럼 노후 임대 용적률을 평균 100%에서 300~500%로 확대, 고밀 개발한다면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고품질 임대주택 재건축' 시동…하계5단지가 첫 모델=서울시는 앞으로 서울 시내 노후한 임대주택 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주거공간과 커뮤니티 시설의 품질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평형을 확대하고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을 앞둔 영구·공공임대 단지는 총 34개다. 이 중 1989년에 지어진 국내 1호 영구임대아파트인 하계5단지는 이를 실현할 일종의 테스트베드로서, 서울 첫 고밀 재건축 임대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당초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103%인 용적률을 최고 435%까지 높인다. 이를 통해 기존 640가구를 2배 이상 늘리고, 평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3대 거주형’ 주택 유형도 처음 도입된다. ‘3대 거주형 주택’은 한 집이지만 세대 분리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특수한 주택평면을 개발, 적용하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의 세대공존형 공공주택인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아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은 "새 집을 지을 택지가 없는 서울에서 신규주택을 건설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이라며 "이를 고밀 개발한다면 임대주택을 2배 이상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형 확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