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줘 이자내는 집주인…얼어붙은 전세 거래

대출금리 인상따라
'전세의 월세화' 가속
7월 전세거래지수 올 최저
전국 대부분 매물 증가세

"시세보다 낮춰도 안 나가"
다음 세입자 못구한 집주인
보증금 이자까지 물기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경기 의정부시에서 아파트를 임대 중인 A씨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올 1월까지만 해도 5억원이던 전세가격을 1차 4억원, 2차 3억5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전세 문의 자체를 찾을 수 없어서다. 이달까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현 세입자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수 없게 되고 자칫 보증금 이자까지 물어줘야 하는 일마저 생길 수 있다. A씨는 "시세보다 낮게 전세를 내놔도 나가지 않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세가격을 낮춰도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수요가 옮겨간 월세 가격은 치솟고 있어 세입자의 주거비 걱정이 완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전세거래지수는 8.2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10.4에서 2.2포인트 감소해 1의 자리 수까지 떨어지면서 전세거래 시장의 암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세거래지수는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된 통계로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전세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전국 전세수급지수 역시 122.3으로 전월대비 11.3포인트 급감했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0~200 범위 이내이다. 지난 1월(138.5)부터 5월(138.0)까지 140을 조금 밑돌던 지수는 지난달 133.6으로 하락하더니 올 들어 처음으로 120대로 접어든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날 기준)에 따르면 제주(-11.4%), 강원(-4.6%), 전북(-0.1%)를 제외한 전국 시·도에서는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전세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전세자금대출 금리의 인상으로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이달 전월 대비 0.40포인트 오른 2.38을 기록했으며,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6%를 넘어서는 경우도 생겼다.

월세 수요는 전세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전·월세 건수에 따르면 2월부터 6월까지 월세가 전세 건수를 역전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임대차 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월세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달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3.6으로 지수가 집계된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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