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IMF의 경고 '글로벌 경기침체 가장자리 설 수 있어'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하며 조만간 전 세계가 경기침체(Recession)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해 전망을 무려 1.4%포인트 낮추며 침체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 발표 후 별도의 글을 통해 "세계가 곧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장자리(on the edge of a global recession)에 설 수 있다"며 "마지막 침체 후 불과 2년 만"이라고 밝혔다.

◇석달만에 성장률 전망 낮춘 IMF, 침체 경고 왜?

IMF의 수정 전망치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3.2%로, 내년에는 2.9%로 둔화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7%포인트 하향 조정돼 직전 전망보다 급격한 경기둔화 추세를 시사했다.

고린차스 수석은 "지난 4월에 제시한 많은 하방 리스크들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조정 배경으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미국, 중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 둔화를 꼽았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글로벌 긴축,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중국의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파급효과 등이 반영된 여파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하향 폭(-1.4%포인트)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3.7%에서 2.3%로 떨어졌다. 중국 역시 1.1%포인트 낮은 3.3%로 추산됐다. 이는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또한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가 2.1%에서 1.2%로 내려앉는 등 유럽 주요국 성장률 예상치도 줄줄이 하향됐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0.2%포인트 내린 2.3%로 제시했다.

IMF는 주요 7개국(G7)에서 시작되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약 15%로 평소보다 4배 높다고 진단했다. 고린차스 수석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증가한 가계저축이 소진되는 내년에 몇몇 국가들이 경기 저점을 통과하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현 환경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정의로 볼 때 이미 침체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강력한 고용시장을 근거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하더라도 침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빠르게 긴축 페달을 밟고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소비심리 등 경제지표로도 둔화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고린차스 수석이 "올해 미국의 2.3% 성장 전망은 경기침체가 기본 가정이 아니다"면서도 "침체를 피하기에 길이 좁다"고 꼬집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 경제분석국은 오는 28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공개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19일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로베르토 페를리 글로벌정책리서치국장은 "연착륙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좁고 찾기 매우 힘든 길"이라며 "일부 지표들은 이미 경기침체가 왔거나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평가되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물가 안정 최우선 목표, 긴축 지속해야"…Fed는 내일 금리 결정

‘전 세계가 곧 경기침체의 가장자리에 서게 될 수 있다’는 IMF의 경고는 그간 우려했던 하방 리스크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IMF는 이러한 침체 우려에도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각국 정책 입안자들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과감한 긴축’을 주문했다.

또한 최근 긴축에 나서거나 긴축을 예고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이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인플레이션 수준이 거시경제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만큼, 통화 긴축이 단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긴축 행보를 지연할 경우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진단에서다.

IMF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폭이 올해 8.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5.7%로 다소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고린차스 수석은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긴축을 미룰 경우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결정을 위해 이날부터 이틀간의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 돌입한 상태다. CNBC방송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Fed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Fed는 이번 FOMC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5%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 범위가 된다. Fed가 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강력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도 25%에 육박한다.

TD시큐리티즈는 "이번 주 발표되는 2분기 GDP가 경기침체 진입 신호를 보낸다고 해도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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