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톡] '데이터, 원자재 대신 완성품 팝니다' KB국민카드 데이터루트

이호준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그룹장 인터뷰

"카드사가 가진 원천 데이터를 하나의 원자재로 비유를 하자면, KB국민카드의 데이터루트(Dataroot)는 원자재를 가공해 '완제품' 또는 '반제품'을 제공하는 플랫폼 입니다. 이런 완성된 형태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부가가치 있는 데이터 사업이 아닌가 합니다."

이호준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그룹장(상무)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놓아야 데이터에 익숙지 않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루트는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초 론칭한 온라인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자사 신용·체크카드 등의 이용실적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시각화한 보고서와 각종 부대 서비스로 제공한다. 올 연말까지 전국 228개 지자체에 무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그룹장은 SK텔레콤·SK플래닛을 두루 거친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KB국민카드로 영입됐다. 그는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고, 대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데이터가 있다"며 "카드사가 가진 데이터를 얼마나 잘 가공·정제할 수 있느냐, 서비스화할 수 있느냐가 향후 데이터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데이터루트란 어떤 플랫폼인가?

▲데이터루트는 다양한 영역의 빅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온라인 기반의 개방형 데이터 비즈니스 통합 플랫폼이다. 회원, 가맹점, 거래내역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지역 등을 분석해 트렌드와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공하는 '분석 솔루션',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 상품과 보고서 조회가 가능한 '인사이트·상품', 빅데이터와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해 원하는 타깃 고객에게 광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광고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최근엔 '금융 데이터 거래소'도 출범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금융데이터 거래소는 (수요자가) 원하는 원자재인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데이터루트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시계열화 한 완성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정보를 분석하거나 (경영진에) 보고하기에도 유용성이 있다. 아울러 특정한 하나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인지 설명해 달라.

▲빅데이터 사업의 경우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 다음엔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광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다양한 니즈가 파생된다. 예를 들어 한 지자체가 상반기 지역 축제를 마무리했다면 각종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하반기엔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어떤 이들에게 마케팅 기반 장문 메시지(LMS)로 광고를 해야 흥행할 수 있을지 등을 컨설팅 하는 등 순환고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데이터 분석 능력이 거의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유용할 듯 보이는데.

▲그렇다. 최근엔 이들을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카드가 가진 다양한 데이터, 해당 기관이 가진 대출 등 금융지원 데이터 등을 통해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중견기업조차도 데이터 분석·가공 할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며, 대기업의 경우 인프라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데이터가 많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도 경쟁업체가 있고, 이에 따른 시장의 경쟁 다이내믹스를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의 니즈가 있다. 최근엔 경기가 얼어붙으며 전체 시장의 증감 등에 대한 관심도 높은 듯 하다.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면.

▲경남 양산시 사례가 있다. 양산시는 데이터루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축제 기간 전후 상권 소비변화 등 지역 소비 분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문객·유동인구 데이터를 접목해 축제·행사를 분석했는데 최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으로부터 '2022 지방자치단체 빅데이터 분석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자체를 외에도 다양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도 데이터루트 이용을 비롯한 데이터 협업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늘었다는 점이 현재까지 무엇보다 유익한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른 카드사들도 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인데.

▲KB국민카드는 데이터의 입수부터 이를 가공·정제 해 플랫폼에 올리는 것까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기술적으로 갖춰둔 상태다. 이외 역량있는 모델러들도 갖고 있다. 데이터 그 자체보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완제품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느냐, 그 완제품이 얼마나 고객한테 소구력을 발휘 할 수 있겠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금융데이터를 제공하는 일반 고객들에겐 편익이 있는지 궁금하다.

▲간접적인 편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나 지자체가 데이터루트를 잘 활용, 특정 고객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이나 정책 사업을 펼친다면 고객 입장에선 편익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루트의 고도화 계획은.

▲플랫폼을 운영해 보니 기업이나 지자체나 공통적인 니즈(needs)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경우 경쟁과 관련한 부분, 지자체의 경우 지역 및 상권에 대한 분석에 대한 요구가 크다. 현재는 이들에게 별도의 매뉴얼을 제공하는 부분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각 지자체나 정부가 가진 공공데이터들을 (KB국민카드가 가진 데이터와) 믹스(mix)해서 시각화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데이터루트를 꼭 수익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뤘으면 한다. 예컨대 (현재 데이터를 무상 제공 하고 있는) 지자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데이터로 자신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것이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별론으로 최근 '이(異)업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동종업계인 롯데카드와도 손을 잡았는데.

▲롯데카드와 1대1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해당 플랫폼엔 KB국민카드 뿐 아니라 티맵모빌리티, 롯데백화점, 토파즈여행정보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혼재한다. 이들로선 카드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고객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전체 데이터 동맹(Aliance)의 파이를 키우는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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