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보통의 삶'에 가까운 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이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민주화 시대 이전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기존의 의원들과 우선순위가 다른 사람들이 당내에 들어가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7명의 원외 최고위원 후보자 중 한 명인 권 전 위원은 자신이 프리랜서이자 한 가정의 가장, 원외 인사라는 점을 설명하며 "보통 사람의 삶과 가까운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선 실패 후 민생 문제가 아닌 검찰개혁 법안을 강행하는 데 몰두한 이유도 당 의원들의 생각이 일반 국민들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 전 위원은 결국 '민주화 이후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당내에 진입해야만 민주당이 혁신을 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권 전 위원은 청년 주거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창립멤버이자 민당팽이주택협동조합 창립이사장,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이어 2020년 민주당에 입당해 당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올해 3월 대선 직후 새롭게 꾸려진 비대위에 위원으로 합류했으나 지난달 지선 참패 책임을 지고 위원 전원이 총사퇴했다.
이하 일문일답.
-왜 출마를 결심했나.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에서 졌다. 그간 5년 간의 민주당의 모습이 조금 부족하다라고 국민들이 말한 것이다. 그러면 방향을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논의해야 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는 어떠한 인물을 두고 그 인물에 동의하느냐 아니냐의 구도가 돼 버렸다.
지금 상황은 민주당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의 토의가 아니라 공천 경쟁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저쪽이 공천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겠다, 반대로 이 의원이 잘 안되면 반대쪽이 공천을 받겠구나 하는 구도가 된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대가 안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전당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계파 갈등의 획일성을 넘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의 혁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민주화 이후 시대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화 세대 때 한국 사회가 겪고 있었던 문제가 있었고 보수 진보든 갈등하면서 잘 해결해왔다. 그때는 독재와 싸웠기 때문에 옳고 그름, 선과 악이 분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지금의 문제는 옳고 그름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풀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혁신을 꼭 새로운 세력이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우선순위를 바꿔낼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민주당의 3선 의원에게 검찰개혁이 몇 순위냐고 물으면 우선순위가 1~2번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엔 3~4번 정도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서 지고도 당이 첫번째로 강행한 법안이 검찰개혁이었던 것이다. 저는 아무리 봐도 검찰개혁보다는 차별금지법, 깡통 전세 해결 같은 문제가 훨씬 더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삶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저는 검찰에 의해 인권이 유리된 경험을 가까이 둔 세대라기보다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삶이 무너지는 것을 훨씬 더 가까이 본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 의한 인권 유린보다, 어느 학교를 나오느냐 누구의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로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문제가 저에겐 훨씬 더 중요한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강행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틀려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후보들 중 본인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
▲민주당은 민생의 이야기를 무기로 삼아서 대중의 지지를 넓혀야 할 때다. 지금 앞으로 2년이 그걸 해낼 수 있을 거냐 말거냐의 게임인데 9명의 최고위원 중 한 명쯤은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나. 특히 나는 '보통의 삶'과 맞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들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인데 나는 프리랜서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고, 원외 인사다. 중앙 질서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조금 더 보통의 사람이랑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꼭 되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려고 기꺼이 나왔다.
-같은 원외 인사였던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의 출마 취지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박 전 위원장은 선언문과 발언을 보면 계속 민주당의 패배 원인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나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동의되고 일부는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민주당이 무엇 때문에 신뢰를 잃었는가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평가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지금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영혼이 없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평가를 하고, 그 평가에 기초해서 뭘 해야겠다는 사람이 없고 내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많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혁신의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 출마 자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당의 결정을 지나치게 폄하해 버린 것은 적절한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그 전까지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기대하고 응원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컷오프 전 단일화를 추진할 생각도 있나.
▲벌써부터 단일화를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문제 인식이 비슷한 후보들이랑 같이 언론 출연, 인터뷰, 기자회견 등을 할 생각이 있다. 김지수·박영훈 최고위원 예비후보, 이동학 당대표 예비후보 등 지금 시대의 정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해보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어떤 최고위원이 되고 싶나.
▲결국 민생의 정치를 말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되고 싶다. 프리랜서들의 전세 대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위원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쟁만으로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건가가 민주당의 과제다. 그러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내야 우리가 대중정당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