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투자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4680셀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 더해 일본업체까지 가세하면서 한·중·일 3국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향(向) 배터리 생산 투자를 확정했거나 향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중국 CATL과 비야디(BYD),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꼽힌다.
테슬라와 오랜 기간 동안 원통형 배터리 공급 관계를 유지해온 파나소닉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생산한 4680셀 배터리를 테슬라측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공급해오던 2170 배터리에 이어 '테슬라-파나소닉' 공생 체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파나소닉에너지는 40억달러, 한화 약 5조23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캔자스주에 4680셀 배터리 공장 설립키로 했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을 위해 캔자스주에서는 전체 투자금액의 15%를 환급하는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혜택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파나소닉측은 내년부터 일본 내에 800억엔, 한화 7600억원을 투자해 2개의 생산라인을 구축, 4680셀을 양산할 계획이다.
LG엔솔도 내년부터 테슬라 공급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은 오창 2공장에 4680셀 배터리 신규 설비를 투자키로 했다. 내년 10월까지 5800억원을 투자해 9GWh 양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나소닉의 미국 공장이 2024년 3월 10GWh 양산을 예정하는 것보다 앞서 내년 11월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각형 배터리만 생산해오던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은 상반기 BMW그룹과 2025년 선보이는 신형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에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ATL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4680셀 배터리 경쟁에도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CATL은 1회 완충으로 1000㎞를 갈 수 있는 '기린 배터리'를 지난달 공개한 바 있다. 4680셀 배터리 보다 13%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린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구조의 모듈을 생략,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셀과 팩으로만 구성돼 '셀투팩' 방식으로 불린다.
급팽창 중인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비야디(BYD)도 자체 생산하는 배터리를 테슬라에 납품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4680셀이 아닌 블레이드 배터리인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 2월부터 테슬라의 모델Y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삼성SDI는 테슬라가 아닌 BMW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천안 공장에서 46폼팩터(원통형 직경이 46㎜인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준비하고 고객사와 샘플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가 46폼팩터 배터리 셀을 새 배터리 규격으로 결정하면서 삼성SDI에 원통형 배터리 개발 논의를 가진 것이란 후문도 들려온다.
경쟁사들에 비해 후발주자인 삼성SDI는 그동안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소형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해오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구상이 현실로 옮겨지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선택을 받기 위해 테슬라의 눈높이에 맞출 수 밖에 없다"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까지 원통형에 주목하면서 당분간 대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