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이른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예년보다 폭증하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은 열사병을 비롯해 열실신, 열경련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령이나 건강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9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을 보면, 모니터링이 시작된 5월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65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5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추정자도 6명이었다. 일별로는 이달 2일 가장 많은 11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6일에도 65명의 환자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경기 141명, 경남 66명, 경북 61명, 충남 60명, 전남 53명, 서울 52명 등 순이었다.
올해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온열질환자도 더 늘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2만명대로 올라서는 등 재유행 양상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온열질환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50대 이상 취약층은 물론이고, 20~40대도 전체 온열질환자의 35.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연령대와 관계 없이 주의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말 그대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사병(열탈진), 열실신, 열경련과 열사병 등 경증질환부터 중증까지 범위도 넓다. 우리 몸이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해 뇌로부터 체온조절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는데, 신체 체표면의 혈액량을 늘려 열기를 발산하고 땀을 내어 체온을 낮추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을 잃게 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지럼증과 갈증 증상이 유발되면서 온열질환으로 이어진다.
열실신은 체온이 상승할 때 열을 외부로 발산하고자 체표면 혈액량이 늘어나는데, 이때 심부 혈액량이 감소해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지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주로 앉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거나 혹은 오래 서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땀에 포함된 수분과 염분이 과다 손실돼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것으로, 고온 환경에서 강한 노동이나 운동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주로 종아리, 허벅지, 어깨 근육 등에 잘 나타난다.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체온조절 중추)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열사병이 발생하면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사망할 수 있는 등 온열질환 중에는 가장 심각한 단계이다. 보통 40도 이상의 고열에 심한 두통, 오한, 저혈압, 빈맥 등을 보이고 심해지면 의식장애까지 나타난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기온이 높은 낮 12시~오후 5시까지 활동을 줄이고 평소보다 수분섭취를 늘려야 한다. 통상 1일 2ℓ 정도 물 섭취를 권유한다. 야외활동을 불가피하게 해야 할 때는 레깅스 등 타이트한 옷보다는 헐렁한 반바지와 모자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허인영 응급의료센터장은 “심뇌혈관 만성질환자와 경동맥과 뇌동맥 협착증이 있는 환자들은 탈수 현상에 의해 뇌졸중 비율이 겨울보다 여름에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각별한 건강관리와 온열질환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