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78조원 니켈·알루미늄 빅딜 추진…서방 제재에 대응 강화

블라디미르 포타닌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조치에 맞설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 금속업체 합병을 추진한다.

러시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노르스크 니켈(노르니켈)과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이 합병 논의를 시작했다고 주요 외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니켈 지분 36%를 보유한 최대 주주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루살이 합병 논의를 제안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포타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가해지고 있는 서방의 제재 조치에 대응해 안정성을 더해야 하며 노르니켈 주주 기반도 다양화할 수 있다며 합병 논의 수용 이유를 설명했다.

노르니켈과 루살이 합병하면 시가총액 600억달러(약 78조402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이 탄생한다. 현재 광산기업, 원자재 중계업체 중 세계 최대인 글렌코어의 시가총액(550억달러)을 넘어선다.

노르니켈은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소재 공급업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뿐 아니라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탄소 배출 저감장치의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도 생산한다. 유럽의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도 노르니켈의 니켈을 많이 구매한다. 루살도 세계 최대 알루미늄 공급업체 중 하나로 서방의 많은 자동차, 항공 업계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크지 않겠지만 서방이 제재 조치로 타격을 입히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살도 14년 전 노르니켈 주식을 인수해 현재 약 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BCS 글로벌 마켓츠의 키릴 추코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를 감안했을 때 포타닌과 루살은 합병 회사의 지분을 각각 28%, 25%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르니켈는 광산업체 중 가장 높은 배당을 하는 기업에 속한다. 포타닌과 루살은 그동안 고배당 정책을 두고 반복적으로 의견 충돌을 보였다.

하지만 포타닌은 현재 지속적인 생산 유지와 국가와 직원에 대한 의무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고배당 정책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루살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다. 당시 공급 차질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했다. 루살의 설립자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경영을 포기한 뒤 루살의 미국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데리파스카는 여전히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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