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여름철엔 삼계탕이 제격인데, 이젠 부담스럽네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김주영씨(34)는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삼계탕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만5000원이었던 삼계탕 가격이 그새 2000원이나 올라서다. 전복이나 산삼 등 다른 재료가 들어간 삼계탕은 2만~3만원대를 훌쩍 넘었다. 김씨는 "4명이 점심을 먹고 10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원래 여름철마다 자주 찾는 음식이었는데 이젠 그러기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삼계탕도 몸값이 비싸질 전망이다. 삼복을 앞두고 닭 가격도 점차 오르는 추세인 데다가 삼계탕 요리에 들어가는 원재료비까지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달 16일부터 초복이 시작되는데 이를 전후해 가격을 인상하는 곳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7월 도계 마릿수는 병아리 생산량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7686마리로 예상된다. 그러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닭 유통가격동향을 보면 육계 생계유통 가격은 2095원으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1694원에 비해 23% 올랐다. 이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양새지만 전반적으론 상승세다. 통상 닭 가격은 수요가 많아지는 연말연시에 올랐다가 봄에 하락한 뒤 5월 말부터 삼복 기간까지 쭉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번엔 이에 더해 대부분의 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까지 올라 삼계탕 가격까지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통합 포털 참가격 통계를 보면 서울의 삼계탕 평균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4월까지 쭉 1만4500원으로 변동이 없었다가 5월에 들어서자 1만4577원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균적으로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에 이른다. 서울 지역의 유명 삼계탕집인 A식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본 삼계탕이 1만6500원이었으나 최근 2000원 오른 1만8500원이 됐다.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B삼계탕집도 1만7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최근 1000원을 더 올렸다. 이곳에선 산삼과 전복이 들어간 삼계탕이 이미 3만원대를 돌파했다. 삼계탕집 등 닭을 취급하는 곳에선 도저히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원재료비 상승분을 감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육계업계 관계자는 "사료 가격 등 생산 원가가 점점 오르고 있어서 농가에선 산지 가격이 올라도 마진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복 성수기 도개량도 매년 감소하고 있고 예전처럼 복날 삼계탕을 찾는 일도 많이 줄면서 업주들 역시 가격을 올리고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