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가 주요7개국(G7)을 중심으로 실행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회의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가 이미 국제유가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데다 러시아가 보복조치로 석유감산에 들어가면 오히려 국제유가만 지금보다 3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CNBC는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 도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는 앞서 지난 5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처음으로 제시한 대러제재 방안으로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담합해 러시아산 석유 판매가격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러시아가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석유를 시장에 내놓으면 모든 소비국들이 수입을 거부하는 아이디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28일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해당 방안이 논의됐으며, 러시아가 석유수출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유조선들의 해상보험을 거부하는 방법을 사용해 석유가격 상한제를 강제하자는 논의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미국 정부는 주요 석유소비국들끼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담합기구를 만들자고 제안 중이다. '역 OPEC'이라 불리는 해당 제안을 두고 현재 미국은 주요 동맹국들과 기구형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G7 국가들과 한국 등 동맹국에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해당 가격상한제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기업인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연구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중국과 인도가 싼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아이디어에 동의할 리가 없고, 러시아가 역으로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면 국제유가만 폭등할 것"이라며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서방 정책입안자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배럴당 30~35달러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를 수출 중이다. 100~11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를 감안하면 30% 이상 싼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이미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수입중인 두 나라가 미국 및 서방과 연합해 가격담합에 나설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역으로 러시아가 해당 조치에 반발해 석유 감산에 돌입할 경우, 오히려 국제유가만 폭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JP모건은 앞서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현재 풍부한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향후 보복조치로 석유생산량을 500만배럴까지 감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석유시장 상황에서 석유 공급량이 300만배럴 감소하면 국제유가는 곧바로 190달러선까지 뛸 것이며, 500만 배럴이 줄어들면 38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