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튀르키예(터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약 79% 급등하면서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면서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튀르키예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튀르크스탯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8.6% 상승했다고 밝혔다.
항목별로는 교통비가 123.37% 증가했고 식음료비는 93.93%, 가구 생활용품 비용은 81.14% 상승했다. 비교적 상승 폭이 작은 항목으로는 통신비(23.74%), 의류·신발 구매비(26.99%), 교육비(27.76%), 보건비(39.34%) 등이다.
만성적인 고물가를 겪어온 튀르키예는 올해 1월 최저임금을 50% 올리고 가스·전기·도로 통행료·버스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인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또 서방의 중앙은행이 물가 인상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정책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효과가 있는 주택투자 수요가 늘면서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집값은 매달 10%가량 치솟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주요 150개 도시의 주택가격을 조사한 결과, 연간 집값 상승률 1위 도시는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연간 1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선 정부가 금리를 높이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가 초래돼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했을 때 튀르키예의 사례는 이례적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고물가에 민심 악화를 우려한 누레딘 네바티 튀르키예 재무장관은 "12월부터는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지출 제한을 위한 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