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직장인 김모씨(30)는 지난 5년간 불법 스포츠토토를 이용했다. 김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던 지인들이 ‘폭파’ 위험이 없는 사이트를 추천하면서 스포츠 베팅에 발을 들였다. 폭파는 불법사이트로 지정돼 폐쇄조치를 받거나 운영자가 사이트를 옮기면서 이용정지된 사이트를 말한다. 김씨는 5년간 불법 도박에 빠진 이유를 "단속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안전한 사이트는 명품 쇼핑 사이트로 가장한 상태에서 특정 코드를 입력하면 불법 도박 사이트로 바뀐다. 그는 사이트에 접속하고 처음 베팅할 때를 잊지 못한다며 불법 스포츠 도박의 매력으로 무제한 베팅을 꼽았다. 김씨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액에 사실상 한도가 없어 큰 ‘한 방’을 노리기에 좋다"며 "프랑스 3부 축구리그 경기도 중계를 해주는데 이런 경기에 배팅해서 500만원까지 번 적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고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곡 살인’ 이은해·조현수씨는 4개월간 도피과정에서 이 같은 사이트 운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A씨(32)와 B씨(31)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 설명을 통해 "A씨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불법 스포츠토토 등 각종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씨와 조씨가 은신하고 있는 오피스텔에 컴퓨터 등을 가져다 주고 불법 사이트 홍보를 맡겼다"고 했다. A씨 등은 이 과정에서 얻은 수익 일부인 1900만원을 도피 자금으로 이씨와 조씨에게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사이트가 폐쇄될 경우 참여자들은 기존 사이트 운영자의 안내를 받고 동일한 사이트로 옮기거나 다른 사이트를 찾아 다녔다. 일부 참여자들은 스포츠 베팅 자체에 빠져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1일 서울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직원 김모씨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1년간 횡령금을 스포츠토토 등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신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을 올렸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평균 신고 건수는 약 9460건이다. 지난해 11, 12월 각각 1만6874건, 2만9313건으로 1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하다 6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외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서버가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조직 총책이 외국인인 경우에는 검거가 상당히 힘들다"며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유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 베팅 도박은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발매사이트 베트맨만 합법이다. 그 외 유사 사이트 및 발매 행위는 불법이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