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시대, 면세점 이중고…'면세 한도 상향' 높아진 목소리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돌파
면세업계, 환율 보상 이벤트 등 자구책 마련
최종 가격 매력 하락→소비심리 위축 우려 여전
면세 한도 상향 등으로 소비자 부담 줄여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하면서 면세업계의 시름도 깊어졌다. 업계는 환율 보상 이벤트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당분간 환율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0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유통가도 긴장 상태다. 특히 달러로 판매되는 면세품을 취급해 환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면세업계는 최근 고환율 상황에 환율 보상 이벤트를 펼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높아진 환율로 면세품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다이내믹 환율 보상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선보인 이 이벤트는 원·달러 환율과 구매 금액에 따라 엘디에프 페이(LDF PAY)를 지급하는 행사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서는 매장 기준 환율이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경우 최대 2만원을, 1300원 초과일 때는 최대 3만5000원 상당의 LDF PAY를 지급,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을 줄이는 형태로 이벤트를 하고 있다. 롯데인터넷면세점에서도 기준 환율이 1250원 이상일 경우 구매 금액에 따라 즉시 사용 가능한 '더드림' 포인트를 최대 175달러 증정한다.

신라면세점 역시 세일 폭을 키우는 한편 S리워즈 증정 행사 등에 나섰다. 서울점과 제주점에선 발리, 겐조, 코치 등 패션·선글라스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해 선보인다. 서울점은 특히 로즈몽, 페라가모, 오리스, 스와로브스키, 스톤헨지 등 시계·주얼리 브랜드를 최대 45% 할인해 내놓는다. 프레쉬, 크리니크, 맥, 닥터지 등 화장품 브랜드도 최대 5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제주점에서는 롱샴, 발리, 겐조, 코치 등 패션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하는 시즌 오프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점과 제주점은 구매고객 대상으로 최대 S리워즈 181만포인트(현금 230만원 상당)를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실시한다. 이 역시 환율 등으로 높아진 구매자 최종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휴가비 지원 프로모션에도 나선다. 7월10일까지 서울점에서 당일 700달러·1500달러이상 구매 고객에 S리워즈 3만·5만포인트를 지급한다. 인천공항점에서는 150달러 이상 구매 시 1만 S리워즈포인트를 추가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업계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부담이 커지면서 최종 가격 매력이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면세업계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도 기대와 실제 회복 간 시간 차가 있는 상황에서, 환율 이슈는 큰 부담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크게 뛰면서 면세품에 적용되는 가격이 오히려 일반 리테일 상품 대비 비싼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각사별로 고객 체감가를 낮추기 위한 환율보상, 금액 프로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펴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각 사의 비용이 실리는 부분이어서 장기전이 될 경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그간 줄곧 주장했던 면세 한도 상향이 더욱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최종 가격인데, 여기엔 세금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1인당 면세 한도는 600달러(약 78만원)다.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기존 5000달러였던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했으나 업계는 면세 한도 조정 없이는 실적 등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면세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업계 상황을 전하는 관세청장과의 간담회에서 면세 한도 상향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에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업계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업계가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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