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속도, 차등적용 무산…'최저임금' 갈등 더 커진다

물가상승에 '최저임금 인상' 동상이몽
노동계 "높여야" vs 경영계 "동결해야"
다음주 최초 요구안 공개…차이 클 듯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폭이 노사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물가상승으로 근로자의 삶이 팍팍해진 만큼 최저임금도 크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 부담이 커져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당장 무산된 상황에서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노사의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18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1일 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각자가 원하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노동계는 양대노총이 실시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은 1만1860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9160원보다 29.5% 높은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는 예년 수준으로 동결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유가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물가상승에 대응해 최근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긴축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난 16일 열린 4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최저임금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임금 부담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지난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내년에도 적용하지 않기로 결론 난 만큼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에 더욱 강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회의에서 27명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16표, 찬성 11표가 나왔다. 이에 경총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논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달 2차 전체회의 당시 "지난해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와 10%에 육박하는 임금인상을 기록했다"며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물가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기본적인 삶을 이어가기도 힘들어진다"며 "추경호 부총리는 임금마저 오르면 물가상승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자제해달라고 말했는데 그런 논리라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62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하면 안됐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공익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심의·의결한다. 매년 8월5일로 정한 최저임금 고시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