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3000원 시대 초읽기…국내정책 수단 제한적

서울 용산 주유소 ℓ당 3000원 육박

우크라 전쟁, 美-사우디 협상 등
韓 외교 실력 발휘 어려운 영역

유류세 인하 폭 100% 확대
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 노력에도

국제유가 상승 흐름 당분간 이어질듯

기름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는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ℓ당 2965원, 경유를 2990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국내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이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소비자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음식료 등 다른 물가도 올라서 유가만 깎는 정책을 더 쓰기도 어려운 데다 세계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유가 폭등 및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2071.41원으로 전일 대비 2.81원 올랐다. 지난 11일 정오 기준 2063.45원으로 10년 2개월 만에 2012년 4월18일 2062.55원 기록을 깨더니 이틀 새 8원가량 치솟았다. 지난 3월15일 약 9년5개월 만에 2000원선을 돌파한 뒤 잠시 등락하다가 지난달 26일 다시 2000원을 뚫은 뒤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경유 가격도 급등세다. 같은 시간 경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보다 3.55원 오른 ℓ당 2071.54원이다. 지난달 12일 1953.29원으로 13년 10개월 만에 2008년 7월16일 1947.75원을 깨더니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휘발유, 경유 모두 서울 용산구 GS칼텍스 서계주유소의 판매가가 각각 ℓ당 2965원, 299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름값 3000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가격 상승 폭이 터무니 없이 높아 국내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란 비관론이 짙다. 가장 확실한 정책 카드인 유류세 인하조차 전혀 막혀들지 않고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을 잘못 바꾸면 세법 체계가 누더기가 되는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꺼낸 카드인데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폭을 15%에서 20%로, 지난달 1일부터는 20%에서 30%로 확대해 휘발유는 ℓ당 247원, 경유는 ℓ당 174원 낮아졌다. 6개월간 전국의 휘발유값과 경유값은 ℓ당 383원, 586원 올라 가격 상승 폭이 하락 폭을 각각 55%, 237% 웃돈다.

문제는 유가만 획기적으로 낮출 만한 정책 수단이 마땅잖다는 점이다.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는 안도 거론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휘발유 기준 ℓ당 57원 낮아져 가격 상승 폭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이런 까닭에 국회에선 유류세 인하 폭 상한을 30%에서 10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유가 환급금 카드가 있지만 추가 재원이 만만찮고 추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선뜻 시행하기 어렵다. 유가 급등 후 국민이 낸 교통비 유류비 등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인 만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추가 협상 같은 현장에서 외교적 실력을 발휘하는 시나리오는 더더욱 현실성이 낮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입 제재,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추세 및 여름 휴가철에 따른 수요 증가 같은 시장 상황도 유가를 밀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다음 달부터 8월까지 증산량을 50%가량 늘리기로 한 게 그나마 호재지만 기존 증산 목표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배럴당 12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투자은행(IB)이 국제유가 전망치를 올려잡는 데다 세계 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석유제품 수요 증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정유사들이 판단하면 공장 가동률을 낮춰(공급이 감소해) 석유제품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유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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