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국내 첫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에 가장 가깝게 다가와 있는 회사로 꼽히는 웰트와 에임메드는 처음부터 불면증 치료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웰트는 사용자의 허리둘레와 걸음수, 과식 여부, 소비 칼로리, 혈당 수치 등을 감지하는 허리 벨트를 개발하고 이를 스마트폰에 연동해 개인의 건강관리를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서 출발해 이를 DTx 개발로 확장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여러 질환들에 대한 DTx 개발을 검토하면서 해외에서 선행된 연구들의 성과, 불면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 DTx 시장 초기단계에서 잠재적 위험성 등을 고려해 불면증치료제 개발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 임직원 건강관리와 심리상담, 만성질환자 관리 등에 특화된 에임메드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DTx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자체적으로 주의력결핍장애(ADHD) DTx 개발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룬 상태다. 다만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승인을 받고 향후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상용화하기까지 불면증치료제가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개발을 서둘러왔다. 즉 두 회사 모두 불면증 치료제가 다양한 영역의 DTx 중 가장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면증 환자에게 있어 수면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치료는 아니다. 수면제를 먹지 않고도 생활습관이나 수면환경을 바꿔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잠을 자야한다는 불안감, 강박증 등을 해소하도록 돕는 상담치료가 우선돼야 하지만 환자가 혼자서는 잘 이행하기 어렵고, 의사 역시 낮은 수가문제 등으로 인해 환자 한명한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하고 있다. 결국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약물치료가 장기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DTx는 환자가 의사와 매번 대면 상담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시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병원이 멀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에겐 불면증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으로, 또는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실제 치료실을 방문하기 어려워하던 환자들에게도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경증의 불면증을 겪는 환자의 경우 수면제 등을 복용하는 대신 DTx 앱 사용만으로도 단기간에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증상이 심각한 환자의 경우 처음엔 수면제와 DTx를 병행하다 점차 행동 교정을 통해 수면제 복용량을 줄여나가는 치료방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다른 기업이 개발한 DTx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지행동치료 자체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약간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체계화하고 정립해서 환자를 잘 설득하는 개념"이라며 "의사가 같은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환자 순응도가 달라지듯이 DTx는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치료효과도, 순응도도 달라져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각 환자의 증상에 따라 얼마나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또 환자가 얼마나 잘 따라오게 하는지가 DTx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